[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양사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두고 요동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변동세가 심해 합병 재추진이 주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17일 장에서 삼성중공업은 전일 대비 1.87% 내린 1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7.99%나 내렸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사진)의 “중공업은 엔지니어링 능력이, 엔지니어링은 제조 능력이 필요해 두 회사가 합치면 시너지가 날 것이다.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한 회사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합병 재추진 기대감에 각각 11.25%, 18.60% 급등했던 전일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양사는 장 마감 전 동시에 서로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박 사장의 발언이 시장에서 조만간 합병을 재추진 할 것이라고 해석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에 합병을 시도했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반대 주주들이 총 1조6000억 원대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자 합병을 포기했다. 당초 9500억원과 4100억원을 각각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로 정했지만 주주들이 청구한 매수청구권 규모는 각각 9235억원과 7063억원에 달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권을 청구한 것이 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가는 삼성중공업이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은 6만5439원이나 됐다. 높은 주식매수청구가에 주주들은 서둘러 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그렇지만 합병 무산이후 올해 들어 조만간 양사가 합병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루머는 끊임없이 돌았다. 17일 종가는 삼성중공업이 1만3100원, 삼성엔지니어링이 3만500원으로 당시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 측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낮아지면서 합병으로 인한 자금 부담이 대폭 줄어든 상태인 것.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신속하게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면서 양사의 합병에 대한 기대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 공시 내용 그대로다”고 전했다.

해양플랜트를 비롯한 조선업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도 양사의 합병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이점은 분명하지만 현재 조선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단순히 중복되는 부분의 인력삭감을 통한 인건비 절약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회사 모두 그룹의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삼성 측이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도 합병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다만, 양사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그룹 내 건설 물량 수주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며 “양사의 사업부 차이가 조금 나는 편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