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구독 매출 지난해만 1조원 넘어
품목 확대 및 '가전은 엘지' 공식 통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LG전자 가전 구독 사업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하면서 업계 내에서도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 전통 렌털 가전 3종으로 꼽히는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이 외에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가전으로 구독 품목을 확대한 것과 '백색가전은 엘지'라는 공식이 맞물려 급속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 LG전자 케어 전문가가 환기 제품을 관리하는 모습./사진=LG전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가전 구독 매출은 지난해 기준 1조1342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가전 케어 전문가가 일정주기에 방문해 소모품을 교체하고 내·외부 세척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포함한 금액이다. 케어 서비스를 제외하더라도 매출이 9628억 원에 달한다. 2018년 2924억 원과 비교했을 때 3배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27%다. 

2009년 정수기로 처음 렌털 시장에 뛰어든 LG전자의 구독 사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백색 가전은 역시 LG'라는 소비자 신뢰가 바탕에 있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았기에 코웨이, SK매직, 쿠쿠홈시스 등 렌털 기업 사이를 파고들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정수기로 처음 렌털 시장에 진입할 당시만 해도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하지만 LG전자에서 나온 가전이라는 점에서 실제 구매로 많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가입 계정수도 급속도로 늘었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부터 누적 계정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2022년 말 누적 계정수가 이미 300만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업계 1위이자 1000만 계정 이상을 보유한 코웨이 다음을 잇는 수치다. SK매직과 쿠쿠홈시스가 현재 각각 242만 개, 247만 개의 계정 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가전으로 품목을 확대해 전통 렌털 기업과 결을 달리한 점도 시장 수요를 잡기에 충분했다. LG전자는 2022년 대형 가전인 에어컨부터 냉장고·세탁기·TV 등으로 점차 구독 품목을 늘려왔다. 현재는 노트북과 LG클로이 로봇까지 총 23종으로 늘어났으며, 제품 개수로는 300개가 넘는다. 여기에 가정용 환기 시스템도 구독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품별로 구독 기간을 다르게 설정한 점도 시장 차별화를 꾀했다. 고객이 가전을 구매한 이후 얼마나 사용하는지 사전에 조사하고 이를 상품에 적용했다. 청소기 제품 구독 기간은 6년, 로봇청소기는 4년, TV는 5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류재철 LG H&A(가전) 사업본부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한번 제품을 팔고 고객과 관계가 끝나는 것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객의 절반 이상을 구독 고객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고 밝힌 바 있다. 구독을 통해 장기 고객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해 9월 렌털 사업 브랜드를 '가전 구독'으로 바꾸기도 했다. 

LG전자는 가전 구독 서비스를 해외 영토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에 정수기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들어 세탁기, 건조기 등 9가지 대형품목도 내놨다. 말레이시아 경우 낡은 상수도가 많아 정수기에 대한 수요가 높을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가정을 방문하는 렌털 서비스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 현지 맞춤형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품목 다각화를 통해 시장을 적극 공략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구독 사업에 직접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까지 SK매직과 손잡고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다가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구독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비스포크 AI 행사에 참석해 "AI를 접목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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