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부결, 여당 이탈표 4석…민주당, 절충안부터 강경카드까지 논의
민주당, 특검법 활용 '한대표 압박'…여야 협상, 윤·한 균열 일으킬 의도
한동훈 셈법 복잡…여당의원들 설득 및 야당과 협상할 정치력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명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향후 여야 협상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정치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채상병특검법' 재의의 건을 상정해 재의결에 들어갔지만, 이날 총 투표수 299표 중 찬성 194표 및 반대 104표로 최종 부결처리됐다.

108석 국민의힘이 이날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반대 표결을 당론으로 정했고 부결을 자신하고 있었던만큼, 해당 법안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이날 부결 후, 그 다음부터 여야가 각각 어떤 안을 들고 협상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채상병특검법'은 진상 규명과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검을 임명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2명의 특검 후보 모두 야권에서 추천하도록 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25 /사진=연합뉴스


여당 입장에서는 단일대오로 결속을 다지면서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채상병특검법은 위헌적인 법안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한 대표 또한 자신이 대안으로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과는 별개로, 야당의 특검법에 대해 이날 새 지도부 출범 후 열린 첫 최고위에서 "잘못된 법이 통과돼 국민이 피해 보는 걸 단호히 막겠다"며 "저는 전당대회 내내 민주당 특검법을 강력히 비판해왔다"고 밝혔다.

국회 주도권을 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재의결에서 여당 이탈표 8석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한 대표가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 등 특검 추천 주체를 일부 절충한 특검법을 여당과 논의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채상병특검법 부결'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 "재의결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국면에서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논의하는게 맞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한 대표가 향후 윤 대통령과의 허니문 기간을 지나 차별화를 시도하는 계기로 '채상병특검법' 절충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부터, 특검법이 이날 부결되어 폐기될 경우 더 강경한 내용으로 특검법을 새로 발의해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이 절충안에 대한 합의 협상 과정 자체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민주당은 전날 정청래 법사위원장 주도로 국회 법사위에 상정한 '김건희 특검법' 및 '한동훈 특검법' 카드를 활용해 한 대표를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론 카드로는, 새로 발의하는 '채상병특검법'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넣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현재 한 대표측은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한 대표는) 민주당의 특검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가 하는 특검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 채해병 사건에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오늘 (채상병특검법이) 부결되면, 채해병특검이 아니라 다른 특검으로 간다고 한다"며 "우리가 나서서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이 맞는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채상병특검법'은 이날 부결로 8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민주당이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추진할지 당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또한 자신이 제시한 제3자 추천안에 대해 한 대표가 어떻게 여당 의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여당안을 만들고, 이를 갖고 야당과 어떻게 협상할지가 관건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국민의힘측 이탈표는 3표 나왔다. 집권여당의 단일대오가 유지되는 가운데, 한 대표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