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PG사에게 소비자 취소·환불 유도하고, 티몬·위메프 정산받게 할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영위하는 두 업체를 감독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어느 한 부처가, 한 기관이 전담해서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안 갖춰져 있다"며 "이 이슈와 관련해 감독원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해명했다. 

   
▲ 금감원은 25일 오후 3층 브리핑실에서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두 업체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오픈마켓)'로 등록된 동시에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을 영위하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 관련 감독업무를 맡는 금감원으로선 이들 플랫폼업체의 지급결제 부분만 점검·감독하는 터라, 역설적으로 기업의 재무상황 및 영업활동 등을 의식해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25일 오후 3층 브리핑실에서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 사안이 상거래와 금융 거래가 결합된 전자상거래 이슈라서 어느 한 부처가, 한 기관이 전담해서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안 갖춰져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이렇게 여러 부처들이 중첩돼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전자상거래업체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부분은 상거래 업무의 적정성이 아닌, 지급결제 부분의 결제 인프라 안정성 등을 제한적으로 들여다본다"면서 "판매대금이 정산 안 된 걸로 봐서는 필요한 유동성이 지금 준비가 안 됐다고 짐작은 간다"고 밝혔다.

당국이 이들 업체를 점검하는 건 지급 결제를 대행한 PG사의 업무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함인 만큼, 전반적인 영업활동에 대한 감독이나 검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당국의 해명은 이날 오전에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감원 책임론이 불거진 까닭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머지 사태 때 금감원이 실태 점검에 나서면서 재발방지 노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금감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메프와 티몬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 돼 있어 금감원 포털 사이트에도 올라간다. 대표가 1세대 이커머스 대표 주자라는 점에서 시장 지위를 생각하면 금감원이 특별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2021년부터 자본잠식 우려가 나왔고 2023년에는 감사보고서도 미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부담, 걱정에 대해 당국을 대표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상환잔액 대비 자본비율을 100분의 1 유지해야 하는데, 위메프와 티몬에 대해 점검을 한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점검을 했다. 2022년 6월 재무비율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경영개선협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금감원은 감독 규정에 필요한 자본비율 등 경영지도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이들 업체가 IT를 기반으로 초기 대규모 자금투자가 필요한 '신생업체'라는 점을 들어 일괄적으로 높은 수준의 규제기준을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티몬이나 위메프에 대해 저희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상당 기간 전부터 이 비율을 준수를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면서도 "이커머스업체들이 대부분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형태들이 많았고, 신생업체들이다 보니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해서 초기 자본 잠식 상태 등의 업체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 저희(금감원)가 등록 취소 등을 하기에는 조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금융감독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건 상거래업체로서의 정당성이 아니라, 지급결제 부분의 적정성을 들여다보니까 그 부분 비율 검토를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도미노 정산지연에 판매자 대규모 탈출…"지급불능" 

한편 티몬·위메프 사태는 모기업인 큐텐그룹이 연이어 무리한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해외 판매대금 정산이 산발적으로 밀린 데서 비롯됐다. 대금 정산 과정에서 미정산금액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정산기일이 도래했음에도 이를 처리하지 못한 게 문제인 것이다. 

당국이 두 업체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정산기일 도래에도 불구, 미정산된 금액은 지난 11일부터 누적됐다. 

지난 11일 위메프는 491개 판매자에 대해 369억원 가량의 대금 정산을 지연했다. 이어 지난주부터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정산금 미지급을 우려, 플랫폼을 이탈하면서 매출급감, 유동성 악화 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추가적인 정산지연까지 불거졌다. 

이 수석부원장은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피해규모를 추산할 경우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미정산액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미정산액은 현장점검단의 조사를 거쳐야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산지연에 따른 피해는 다방면으로 발생하고 있다. △항공·숙박·여행상품 등 예약판매 상품의 일방적 취소 처리 △소비자의 거래 취소·환불 요청에 대한 처리 지연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 및 티몬캐시 등 이용 불가 △오픈마켓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이탈 △관련 PG사들의 결제 서비스 중단 등이 대표적 피해 유형이다.

   
▲ 오픈마켓 상품 거래 구조예시/자료=금융감독원 제공


오픈마켓 상품거래는 '오픈마켓-판매자-소비자' 간 거래에 카드사가 개입되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다. 구조를 살펴보면 통신판매중개업자(티몬위메프)의 플랫폼 중개에 따라 일차적으로 소비자와 판매자 간 상품 구입 계약이 체결되면 대금정산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구매대금은 '카드사-PG사-오픈마켓-판매자' 순으로 전달되는데, 오픈마켓에서 판매자에게 자금이 전달되는 '상품대금 정산'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계약 당사자가 판매업자와 소비자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여행업체에서 판매한 여행 상품에 대해서 제공할 의무는 있다"면서도 "여행업체 중에서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 여행업체의 경우에는 판매 대금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행업체 자체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지금 애로가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카드 관련 민원은 상품 구매취소·환불 절차의 어려움이 대표적이다. 이에 당국은 중간 결제대행사인 카드사나 PG사들이 1차적으로 취소 환불에 응하고, 이후 추가 자금정산은 티몬 등이 하도록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다만 당국은 민간에서 벌어진 사적 계약관계인 만큼, 협조 요청에 업계가 응할 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세부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가졌다. 이어 금감원은 공정위 등 유관부처와 합동 조사반을 꾸려 이날 위메프·티몬으로 급파해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합동조사반은 정산지연 규모, 판매자 이탈현황,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 등을 실시간 확인하고, 자금 조달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또 전자상거래법상 대금환불 의무,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의무 등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날부터 소비자·판매자의 피해 민원을 신속 접수할 수 있게 '민원접수 전담창구'를 본격 운영한다. 창구에서는 상품권 및 여행상품 등 결제에 관련된 신용카드회사 등에서도 고객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환불 지연·거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지원을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전담팀을 운영하고, 집단분쟁조정 및 민사소송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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