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주범으로 꼽히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모기지의 금리를 조정하기로 했다. 대출한도의 30% 이하로 대출을 신청하거나 대출원금의 상당부분을 조기 상환하면 금리를 추가 인하해주는 반면, 상환을 늦출수록 가산금리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내부 공문으로 관련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상품에 우대금리를 적용한 최저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금리조정이 실효성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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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가계부채 주범으로 꼽히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모기지의 금리를 조정하기로 했다. 대출한도의 30% 이하로 대출을 신청하거나 대출원금의 상당부분을 조기 상환하면 금리를 추가 인하해주는 반면, 상환을 늦출수록 가산금리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은 오는 31일 전세대출 상품인 '버팀목전세자금대출'과 내 집 마련용 대출상품인 '내집마련디딤돌대출'의 금리를 각각 조정한다.
우선 버팀목대출의 경우 한도의 30% 이하로 대출을 신청하면 0.2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반면 대출 기한을 연장할 때 대출금을 10% 이상 갚지 않았다면, 가산금리로 0.20%p를 추가 반영키로 했다. 기존 0.10%에서 0.10%p 누증한 셈이다. 세 번째 연장부터는 소득을 재심사해 소득 기준이 넘을 경우 임차보증금 구간별 최고금리에 0.30%p의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디딤돌대출도 한도(주택평가액×담보인정비율 60∼100%-선순위채권-임대보증금)의 30% 이하로 신청하면 대출금리를 0.10%p 인하해준다. 아울러 기존 고정금리와 별도로 5년 주기로 국토부가 금리를 바꾸면 곧바로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방식의 '5년 주기형 변동금리'도 추가됐다.
현재 각 은행에는 두 상품의 금리를 조정하는 내용의 내부 공문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공문에서 배경에 대해 "한정된 기금 공급 규모 안에서 실수요, 무주택자를 집중 지원하기 위한 국토교통부 정책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센티브 발표는 가계대출 최소화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2분기(4~6월) 가계대출은 정책모기지(디딤돌·버팀목)와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5대 은행의 신규 주담대는 올 상반기에만 22조 2604억원 급증했다. 특히 2분기에 증가폭이 두드러졌는데, 4월 4조 3433억원, 5월 5조 3157억원, 6월 5조 8467억원 등 매월 증가폭도 커졌다.
시장금리 인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지연, 주택거래 회복세 등의 여파로 은행이 자체 판매 중인 주담대 상품의 잔액이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정책모기지가 가계부채 폭증의 주범으로 꼽힌다.
실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주담대를 살펴보면 4월 4조 5000억원 증가, 5월 5조 7000억원 증가, 6월(잠정치) 6조 3000억원 증가를 각각 기록했다. 이 중 디딤돌·버팀목만 놓고 보면 4월 2조 8000억원 증가, 5월 3조 9000억원 증가, 6월 3조 8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버팀목·디딤돌대출 수요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우선 두 상품의 성격이 '고소득층'보다 '서민·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 축소가 쉽지 않다.
버팀목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3억 45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여야 받을 수 있다. 임차보증금의 70%(신혼가구, 2자녀 이상 가구 80%)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 2000만원, 이 외 지역 8000만원 이내(2자녀 이상 가구 수도권 3억원, 이 외 지역 2억원)다. 사실상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 전세집을 알아볼 때 활용하는 상품인 셈이다.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주택구입자, 2자녀이상 가구는 연소득 7000만원, 신혼가구는 연소득 85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4억 69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라면 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담보인정비율(LTV) 70%(생애최초 80%),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이내에서 일반 2억 5000만원(생애최초 3억원), 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 4억원까지다.
특히 두 상품의 우대금리를 반영한 최저금리는 연 1%대에 불과하다. 주택도시기금이 공시한 대출금리는 버팀목대출 연 2.1~2.9%, 디딤돌대출 연 2.45~3.55%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대출을 신청할 때 우대금리를 반영한 최저금리는 버팀목대출 연 1.00%, 디딤돌대출 연 1.50%에 불과하다.
일반인 1인가구가 디딤돌대출로 우대금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연 0.20%p △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연 0.30~0.50%p △부동산 전자계약 체결 연 0.10%p △신규 분양주택 가구 0.1%p 등을 중복 적용해 최대 0.90%p의 금리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금리상단 3.55%에 반영하더라도 연 2.45%의 고정금리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두 상품 모두 스트레스 DSR 규제가 아닌 LTV·DTI 규제를 따르고 있어, 빚이 있거나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영끌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맹점이다. 주담대 특성상 대규모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소수점의 금리우대를 추가로 누리기 위해 한도의 30% 이하만 대출을 일으키려는 수요가 많을 지 의문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거래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신고가가 속출하면서 패닉바잉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버팀목·디딤돌 대출 모두 일반 주담대보다 압도적으로 금리가 낮은 게 특징인데, 서민용 상품이라 손질이 쉽지 않다"며 "소수점 추가 금리인하 혜택이 수요를 얼마나 잠재울 지 미지수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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