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성장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필요성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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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성장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면서다./사진=김상문 기자 |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1분기 1.3% 성장에서 역성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을 보였다. 한은은 1분기 ‘깜짝 성장’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경제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역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내수부진’이다. 교육 등 서비스 소비가 증가했지만, 승용차와 의류 등 재화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며 민간소비가 0.2% 감소했다. 전분기 0.7% 증가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투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이 줄면서 –1.1%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감소하며 2.1% 줄었다.
2분기 실적이 역성장하면서 상반기 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를 빗나갔다.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상반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2.8%로 집계됐다.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하회한 가운데 하반기 내수 역시 단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인하론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통화정책 전환을 고려할 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제13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은 물가경로와 관련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 필요조건이 충족됐다고 본 것이다.
다만 물가 측면에서 통화정책 전환 위험은 상당폭 낮아졌지만,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한 위원은 “금리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선 안된다”면서 최근 주택 관련 대출과 관련해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강해지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 기간 중 경제의 디레버리징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며 “이는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고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환율 변동성 확대,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세, 높아진 수도권 주택가격 등의 금융안정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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