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백종원 냉장고’부터 ‘집밥 그릇’까지

[미디어펜=임창규 기자] 요즘 한창 대세로 떠오는 tvN ‘집밥 백선생’(백종원)의 인기는 그야말로 못 말릴 정도다. 외식 경영인인 그가 만드는 음식이 과연 유명 셰프들이 만드는 요리만큼 맛이 있어서 일까? 아님 특별한 재료라도 쓰는 것일까?

아니다. 성공 요인의 몇 가지 중 첫 번째는 ‘집밥’이라는 절묘한 제목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집밥’이란 그냥 집에서 먹는 밥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집밥에 모두가 굶주린 채 살아간다. 학생들 대부분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학교를 가고 점심은 급식으로 때운다. 직장인도 다를 바 없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매일매일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결국 회사 근처 어느 찌개집이나 짜장면, 패스트푸드 정도로 때운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생활 패턴이 다른 일상이 이미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하니 엄마 손맛이 깃든 밥상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꿰찬 단어가 집밥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엄마의 밥맛이 그립지 않을 리 없다. 나이가 들었다면 더욱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 그 틈새를 절묘하게 공략한 단어가 집밥이다. 집밥은 모두가 그리워하는 입속의 고향 같은 존재다. 그러니 일단 볼 수밖에.

   
▲ 요즘 한창 대세로 떠오는 tvN ‘집밥 백선생’(백종원)의 인기는 그야말로 못 말릴 정도다. 백종원 신드롬의 우너인은 뭘까?/ 사진=tvN '집밥 백선생' 캡처
그 다음은 백선생 즉 백종원의 이웃집 인심 좋은 아저씨 같은 외모와 구김없이 튀어 나오는 구수한 사투리다. 그야말로 된장찌개를 끓이면 딱 된장찌개 같고 국수를 말면 잔칫집 같은 분위기가 절로 풍긴다. 물론 그가 음식을 만드는 솜씨는 그렇지 않다. 여느 전문가 못지않게 때론 섬세하고 때론 감탄을 자아낼 만한 손놀림이다.

하지만 손놀림에 어울리지 않게 거침없는 쏟아내는 구수한 사투리와 맛은 나 몰라 라는 듯 대충대충 손쉽게(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만들어 내는 그의 솜씨다. 누구나 보고 있으면 속으로 되뇔 것이다. “저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여기에 또 하나 치명적인 유혹이 있다. 만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MSG. 아마 다른 요리사들이 그처럼 아낌없이 MSG를 음식에 뿌려댄다면 어땠을까. 아찔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MSG도 용서된다. 그러니 끌릴 수밖에.

집밥 선생 백종원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나이차도 꽤나 많이 난다. 저잣거리 말을 빌리면 딱 도둑놈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딱히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지는 않는다. 물론 결혼 한지 시간이 좀 흐른 탓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연스러운 부부의 모습이 딱히 누구의 입방아에 오를 여지를 많이 줄여준 탓도 있다. 나이차로 인한 나이 값 대접을 받으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나이 값을 하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조금은 그로 인해 뭇 남편들이 사뭇 불편해 할만도 하다. 반대로 아내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니 채널 고정일 수밖에.

마지막으로 백선생에게는 약점인 듯 약점 아닌 약점 같은 진짜 무기가 있다. 성공한 외식사업가. 모두가 부러워하고 한번쯤 꿈꿔 보는 재력을 가졌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집밥 선생이라니. 그것도 방송에 나와 앞치마 두르고 프라이팬 흔들고 쌀을 씻는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그러니 이것도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지만 봐줄만한 그림이 된다. 지금껏 가진 사람들의 뻐기는 모습만 봐 왔지 이건 정말 조금 낯선 장면이기에. 이러고 보니 그에게 빠져드는 게 집밥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걱정은 있다.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뛰어 넘어 사업 홍보 등 다른 더 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건 아니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경쟁 세계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면 뭐 굳이 비판 받을 일도 아니다. 프로그램도 시청률을 먹고 사니까. 아마 시청률이 안 나왔다면 백선생의 모습도 이리 오랫동안 볼일이 없었을 테니까. 어쨌든 바라는 건 그로 인해 집밥먹기 바람이 조금이라도 인다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잊혀져가는 밥상머리 교육도 되살아나지 않으려나. 기대가 너무 크다고? 기대가 크니 지켜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