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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7개국 중 143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을 경직시킬 것으로 우려되었다. 그 우려가 드디어 9월 15일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경제자유’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143위로 밝혀졌다. 이 순위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152개국 가운데 134위였으니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시장 규제가 악화된 것은 틀림없다.
프레이저 인스티튜트는 1975년부터 많은 국가들의 '경제자유’ 평점(10점 만점)과 순위를 발표해오고 있다. '경제자유’는 시장경제 활성화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 대상은 '정부 크기, 법체계와 재산권 보호, 화폐의 건전성, 국제무역 자유도, 신용·노동·기업규제’ 5개 항목이다. 한국의 '경제자유’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종합 평점 7.38을 받아 157개국 가운데 공동 39위(실제로는 40위),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평점 7.46을 받아 152개국 가운데 3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노동시장 규제’는 '신용·노동·기업규제’에 포함된 것으로, 평가 대상은 '최저임금, 채용・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근로자 해고비용, 징집(徵集)’의 유무(有無) 6개 항목이다.
역대 정부의 '노동시장 규제’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자(<표> 참조). 이 <표>는 독일과의 비교를 염두에 두고 마련되었다.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58위(/123개국),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81위(/127개국), 2005년 노무현 정부 말에 107위(/141개국),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129위(/141개국), 2012년 이명박 정부 말에 134위(/152개국), 그리고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에 143위(/157개국)로, 노동시장 규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2013년 노동시장 규제가 한국보다 심한 나라는 노르웨이(145위),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 앙골라 등 아프리카 8개국으로 모두 14개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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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한국과 독일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등급, 2000∼2013 (주: 순위 수치가 낮을수록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다는 것을 뜻함) /자료: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00∼2013. |
독일은 노동개혁으로 2006년부터 노동시장 규제가 완화돼
한국 노동시장을 독일과 비교해보자(<표> 참조).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독일은 노동시장 규제가 2000∼2005년까지 한국보다 훨씬 심했으나 2006년부터는 개선되기 시작하여 2013년에는 157개국 가운데 79위를 나타냈다. 독일이 이렇게 된 데는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2003년 '어젠다 2010’을 도입해 노동개혁을 마련했고, 이어 앙겔라 메르켈이 2006년부터 슈뢰더의 노동개혁을 그대로 추진한 결과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대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시장 규제를 악화시켜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왜 악화되었을까? 대답은 역대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등장한 것은 1997년 12월 3일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마자 김대중 정부가 IMF의 권고에 따라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를 도입하여 1998년 2월 60개 항의 '국민적 합의’ 사항을 이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법과 28개 업종에 한정된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했다. 그런데 정리해고법은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했다. 한국은 정리해고법 도입으로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가 되고 말았다.1) 한정된 업종에 도입된 근로자파견법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한국을 노조천국, 파업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대선 후보는 2002년 '한국은 사용자에 비해 노동자의 힘이 약하다’며 노동자 편에 힘을 실어줬고, '한국은 근로자의 56%가 비정규직이다’며 비정규직 철폐를 내세웠다. 이를 계기로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가 바쁘게 한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내세운 노조의 파업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에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하여 비정규직을 2년 고용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하여 노동시장 경직화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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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인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자본의 해외유출이 급증하여 성장 동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성장률은 2%대로 추락하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절망 상태에 놓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기간 동안 마거릿 대처나 앙겔라 메르켈처럼 노동개혁을 폭넓게 추진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도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말에 포퓰리즘에 빠져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 예로,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불법근로자로 밝혀지면 그가 사원이 아닌데도 원청회사는 그를 즉각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등의 비정규직 보호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적잖은 노동정책을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가 관심 두어온 노동 정책은 '고용률 올리기, 60세 정년 의무화,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용 늘려 4명 중 1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뽑기,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조정, 임금체계 개편 등’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은 대부분 '노동시장 유연화’보다는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했다.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한 세 가지 정책을 언급한다.
첫째, '60세 정년 의무화’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춤으로써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최근 청년실업과 관련하여 '고용 절벽’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둘째,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경쟁을 배제함으로써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셋째, '통상임금 조정’은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노동시장 규제는 물론 새로운 노사분규 불씨로도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처나 메르켈 같은 개혁 의지를 보여야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들어 미래세대를 위해 '노동·금융·공공·교육’을 대상으로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맞춰 노사정위원회가 2014년 12월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 합의문’을 채택하여 '5대 의제 14개 세부 과제’를 다루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최종 합의 도출 과정에서 민노총은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이 2015년 4월 8일 노동개혁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5개월이 좀 지나 9월 14일 가까스로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내용은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케 하는 취업규칙 변경’이다. 이를 놓고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위 대통합’이라고 자화자찬이다. 이 개혁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빛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개혁’이라고 보기에는 알맹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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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4일 가까스로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내용은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케 하는 취업규칙 변경’이다. 이 개혁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빛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개혁’이라고 보기에는 알맹이가 없다. |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다섯 차례에 걸친 노동관계법 제정·개정으로 클로즈드샵 조항을 삭제하여 노조파워를 무력화시켰다. 뉴질랜드는 고용법 도입만으로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분권적 노사관계로 바꿔 100여 년 동안 유지되어오던 노동자천국을 무너뜨렸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앙겔라 메르켈은 소기업 해고를 쉽게 해주어 '일자리 기적’을 이루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껏해야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케 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불과한 노사정 합의를 놓고 '노사정 대통합’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막강한 노조, 지나친 고용보호, 지속적인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자본의 해외유출이 급증하여 성장 동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성장률은 2%대로 추락하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절망 상태에 놓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기간 동안 마거릿 대처나 앙겔라 메르켈처럼 노동개혁을 폭넓게 추진해야만 진정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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