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 예대금리가 반비례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금금리가 시장금리 추이에 따라 하락세를 그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당국의 구두 압박 영향으로 일주일 새 약 0.19%포인트(p) 상승하는 등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기가 한창인 가운데, 당국의 개입이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
|
|
▲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 예대금리가 반비례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금금리가 시장금리 추이에 따라 하락세를 그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당국의 구두 압박 영향으로 일주일 새 약 0.19%포인트(p) 상승하는 등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5일 금융권 및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발맞춰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이 지난 2일부터 예금상품의 기본금리를 0.05~0.20%p 낮췄다. 정기예금(신한S드림정기예금·쏠편한정기예금 등)의 경우 상품·가입기간별로 0.05∼0.20%p 내려 차등화를 뒀던 금리가 일제히 연 2.95%로 통일됐다. 가입기간이 기본 3년인 신한ISA정기예금도 오는 16일부터 3.00%에서 2.95%로 0.05%p 낮아질 예정이다.
시장성 예금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가입기간(회전주기) 별로 각 0.05~0.20%p 하락해 연 3.00~3.20%에서 연 2.95~3.00%로 조정됐다. 적립식예금(신한연금저축황적금·신한S드림적금 등)도 기존 연 2.00~3.20%에서 약 0.10~0.20%p 하락해 연 1.80~3.00%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주요 예금상품 금리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고정금리는 현재 계약기간(1개월∼3년)과 이자 지급방식(만기·월이자)에 따라 연 1.90∼2.90%를 형성했는데, 이날부터 6개월 이상 계약 상품의 금리가 0.15~0.20%p 떨어졌다. 이에 전체 금리는 연 1.90~2.70%로 하향 조정됐다.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 금리도 6개월(181일) 단위 금리가 2.40%에서 0.15%p 낮아진 2.25%를 기록 중이다. 이에 상품 금리는 1.85~2.40%에서 1.85~2.25%로 조정됐다.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는 계약기간(1개월∼3년)에 따라 0.15∼0.20%p 떨어져 1.65~2.70%에서 1.65~2.50%로 조정됐고, 회전형장기정기예금(1~15년)도 2.55%에서 2.35%로 약 0.20%p 하향조정했다.
실제 예금금리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은행채 1년물(AAA, 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19일 3.343%였는데 이달 2일 3.276%로 약 0.067%p 하락했다. 시장금리 하락세에 발맞춰 예금금리가 줄하향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역설적으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달 19일 연 3.960~6.553%였는데, 이달 2일에는 연 4.030~6.548%로 크게 뛰었다. 신규코픽스 금리는 공시일 기준 지난해 12월 4.00%를 기점으로 거듭 하락해 지난달 공시에서 3.5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고정금리(혼합·주기)형 주담대도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 무보증)' 금리가 줄하락했음에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고정금리 주담대는 지난달 19일 연 2.840~5.294%에서 이달 2일 연 3.030~5.204%로 조정됐다. 5년물 금리는 지난달 19일 3.343%에서 이달 2일 3.276%로 약 0.067%p 하락했는데, 시중은행권이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당국이 은행권에 주의를 당부한 까닭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 7383억원으로 6월 말 708조 5723억원 대비 약 7조 1660억원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9월로 유예한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줄하향하면서 주담대 수요를 부추겼다는 시각이다. 이에 은행들이 한달여에 걸쳐 가산금리를 수차례 인상했지만, 시장금리 하락이 금리 상승분을 모두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한 번에 0.50%p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자발적 대출금리 인상이 수요를 억제할 지도 미지수다. 이에 은행들의 이자장사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 경기 둔화 이슈로 연준(Fed)이 당장 9월에 빅컷을 단행할 수 있는 만큼, 시장금리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시장금리에 역행하는 대출금리가 지속되면 예대 격차 확대로 이자장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