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이진숙 위원장 취임 이틀만에 직무 정지
업계, "OTT 사업 규제 보다는 진흥 사업으로 바라봐야"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콘텐츠 확대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넷플릭스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이 정치계 영향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기능을 상실하며 OTT 관련 논의도 미뤄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논란 해소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7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방통위에 따르면 이진숙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취임 이틀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이 위원장의 직무 여부는 헌법 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판례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방통위는 당분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일단 김태규 부 위원장 1인 체제로 흘러간다.

방통위는 여야의 갈등으로 수개월째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이상인 전 직무 대행을 포함한 4명의 위원장이 탄핵을 당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헌법 재판소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4개월 동안 직무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의 시계가 멈추며 IT 업계 혼란은 가속화 되고 있다. OTT와 관련된 법안 개정도 밀릴 것으로 보인다. 또 2000년대 초반 제정된 방송법을 현재 OTT에 적용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법안을 제때 손보지 않아 정부가 해외, 토종 플랫폼 간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넷플릭스·디즈니+ 등 해외 OTT와 달리 국내 OTT는 통신사 등에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OTT 관련 법안 교통정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방송·IPTV·OTT를 아우르는 법안을 재정비한 후 국내 OTT 사업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토종 OTT의 해외 진출을 돕고 역차별을 없애겠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이 위원장의 공백으로 물거품이 될 위험에 놓였다. 

올해 토종 OTT의 성장세가 뚜렷한 상황이라 방통위의 공백은 더 뼈아프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OTT는 스포츠 등 콘텐츠 투자 확대를 통해 1위 사업자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OTT 플랫폼은 △티빙 519만 명에서 740만 명 △쿠팡플레이 487만 명에서 663만 명 △웨이브 395만 명에서 432만 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에도 콘텐츠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과 그로 인해 쌓이는 적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산재해 있다. 

업계는 국내 OTT 산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인 만큼 방통위를 중심으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OTT 관련 법안 개정은 방통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내 OTT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인 만큼 방통위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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