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코로나19 발발 당시 이후 최고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24년 8월 5일은 국내 증시 역사에서 또 하나의 ‘폭락장’ 기록을 남기게 됐다. 코스피 –8.77%, 코스닥 –11.30%. 삼성전자 –10.30%, SK하이닉스 –9.87%. 코스피 상승종목 11개에 하락종목 924개. 코스닥 상승종목 25개에 하락 종목 1633개. 장중 기자와 통화를 나눈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던 강도의, 누구도 쉽사리 바닥을 예상하지 못하는 ‘공포의 6시간30분’이었다.

   
▲ 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가 8.77%, 코스닥은 11.30% 폭락하며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사진=김상문 기자


한국만 내린 건 아니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 역시 12.40% 폭락하며 한국보다 더 처참한 모습으로 거래를 끝냈다. 토픽스 지수도 12.23% 폭락했다. 그나마 중국‧홍콩 지수들은 2% 안팎의 낙폭에서 내림세를 멈췄다. 한국과 일본에 집중된 ‘폭격’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일본은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의 본산으로 엔화 급등의 진원지라는 이유라도 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일본 엔화 가치는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오후 한때 미 달러화 대비 상승 폭을 3.3%까지 키우면서 141.7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의 비정상적 폭락은 누구도 명쾌한 이유를 대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다만 매매 동향을 보면 다소 눈에 띄는 흐름이 포착된다. 개인이 코스피에서 1조7000억원을 담는동안 기관은 2700억원, 외인은 1조5300억원어치를 던졌다. 흥미로운 것은 외인의 코스피200 선물 동향인데, 장중 내내 물량을 집어던졌던 외국인은 장 막판 들어 순매수 전환해 결과적으로 약 9500억원어치 순매수로 거래를 끝냈다. 

지난 2일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의 하락은 일시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던 정부와 금융당국도 분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계획 및 운영 상황을 점검한다. 이 자리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한다.

취임하자마자 이례적인 상황에 맞닥뜨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금융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세계 주요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인 만큼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후 회의에서도 원론적인 수준의 진단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의 앞으로의 대응이다. 오늘 상황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많이 하락한 것 같지만, 추가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장담 또한 누구도 할 수 없는 장세다. 한 가지 변곡점은 한국 기준 오늘 밤 10시 전후로 발표되는 7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지수다. 

지난 1일 발표된 ISM 제조업 지수가 경기침체 공포를 소환한 만큼, ISM 서비스업 지수의 향방에 따라 공포가 더욱 커질지 여기에서 진정될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보다 크기 때문에 중요성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수가 미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의 내일 색깔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3일간 20% 폭락하며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인상이 대내외적으로 ‘정책 실패’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인 VKOSPI가 2020년 3월 코로나19 발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현 지수대에서 단기적인 패닉에 너무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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