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TV토론회서 "상황 엄혹…절박한 과제 있어 尹 만나고 싶다"
대통령실 "민주당 전당대회 끝나고 공식 제의 오면 판단할 문제"
지난 4월29일 첫 영수회담 가졌지만 '만남 정례화' 약속하지 않아
野입법→거부권 '악순환 정국'…여야 민생법안 논의·처리 계기될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6일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절박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서 사실상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응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민생 행보' 차원의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언급한 영수회담 명분 또한 '민생'이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후보 TV토론회에서 "지금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꽉 막힌 대결적인 정국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만나서 진지하게 말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또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 제안을 받아 "경제 비상 상황에 대처하고 초당적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며 "여야가 톱다운 방식의 논의를 통해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24.4.29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러한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 "경선이 진행중인 만큼 경선이 끝나야 논의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다봤고,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식 제의가 오면 그 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당장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일뿐더러, 아직 민주당이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이기 때문에 섣불리 응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 후보는 지난 4월 29일 첫 영수회담을 가진 바 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720일만의 양자회담 자리였다.

이 후보의 이번 제안은 4개월만의 제안이지만, 당시 영수회담에서 만남의 정례화를 약속하진 않았다.

실제로 4월 2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정례적이라는 식으로까지 논의는 없었고, 종종 만나자고 했으니까 필요할 때 또 협의를 통해서 만남을 주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첫 영수회담에서 양측은 별도의 합의문을 내놓지 않아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진 못해,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됐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나오는 관측을 모아보면, 윤 대통령과 이 후보 간 '2차 영수회담'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사이에 전격적으로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여야는 각각 대통령 거부권과 170명 의원 의석 수를 앞세워 야당의 입법 단독처리→거부권이라는 '악순환 정국'에 빠져 있다. 윤 대통령과 이 후보가 이러한 정국을 풀기 위해 타협의 물꼬를 만들지 주목된다.

'민생을 위한다'는 공통의 명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민생법안 논의 및 처리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이 후보가 2차 영수회담을 열 계기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후보는 지난 5월 국민연금개혁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2차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었지만, 당시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사실상 거절한 바 있다. 이번 제안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다음 주 윤 대통령의 휴가 복귀 후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