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도핑검사보다 57년 앞서 시작된 경주마 도핑검사
28년 연속 국제숙련도시험 100% 합격하며 수준 입증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2024 파리 올림픽’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핑테스트를 통해 일부 선수들의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적발되며 도핑 이슈도 화제를 몰고 있다. 금지약물 사용이 발각된 선수들은 출전자격을 박탈당하고 불명예를 안은 채로 고국으로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사진=마사회


조국의 금빛 영광이 걸린 올림픽의 도핑검사보다 앞선 도핑검사 역사를 가지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경마다.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상금이 걸린 경마에서는 의도적으로 경주마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일찍이 1900년대 초반부터 약물을 사용해왔다. 교묘하게 발전하는 경주마 도핑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도핑검사기관의 소리 없는 전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가 28년 연속으로 국제숙련도시험에서 100% 합격의 쾌거를 거두며 한국경마의 수준 높은 도핑검사 기술력과 공정성을 알렸다.

올림픽 도핑검사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처음 도입됐지만 경주마 도핑검사의 시작은 이보다 57년이나 앞선다. 1900년대 초 경주마의 능력향상을 위해 아편과 같은 환각물질을 투여하는 등 약물을 통한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당시 약물을 오남용한 말들은 경주가 끝나고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벽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는 등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오스트리아의 프란켈 박사가 1911년 최초로 경주마를 대상으로 약물검사를 시작한 것이 경주마 도핑검사의 시작이었다.

한국은 1976년 경주마 도핑검사를 시작했다. 마사회 도핑검사소는 공정한 경주시행을 위해 매 경주 시작 전 말의 혈액에서, 경주 후에는 혈액과 소변에서 금지약물 존재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약 20여 명의 도핑검사 전문 인력을 보유한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매년 약 3만4000건의 검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수행하며 한국경마의 공정성을 사수하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마사회 도핑검사소의 시스템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2023년 ISO 한국인정기구(KOLAS)의 국제공인시험기관 재평가에 합격한 도핑검사소는 2001년 최초 인정 이래 ISO 17025 국제공인시험기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인력, 장비, 기술, 설비, 환경, 품질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품질을 확보 및 유지해야 달성할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국제숙련도 시험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 Association of Official Racing Chemist)가 주관하는 ‘2024년 경주마 도핑검사 국제숙련도시험’에 참가해서 100% 결과 적중의 성적으로 합격했다. 국제숙련도 시험은 점점 더 교묘해지는 도핑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약물들과 검출 기법의 숙련도를 점검하는 고난도의 시험이다. 도핑검사소는 1997년부터 국제숙련도시험에 참가해 올해까지 28년 연속으로 100% 적중률을 이어오고 있다.

국제경마연맹(IFH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Horseracing Authorities)은 경주마 도핑 수법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표준화된 도핑검사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IFHA 표준시험기관 인증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6개 검사기관이 해당 인증을 획득했으며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2029년 인증 획득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준동 도핑검사소장은 “국제공인시험기관 운영과 국제숙련도시험 100% 합격 등 한국의 경주마 도핑검사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에 머물지 않고 2029년 IFHA 표준시험기관 인증 획득을 목표로 더욱 매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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