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규모 축소 및 설비투자 재검토 들어가
석유화학업황 부진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쳐
당분간 무리한 투자보다는 재무 건선성 확보 집중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투자 조절에 나섰다. 연간 계획된 투자 비용을 줄이고, 기존에 검토하고 있던 설비 증설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해 하반기까지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자 투자를 축소하면서 재무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LG화학·롯데케미칼, 투자 규모 줄이기로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 원에서 3조 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고, 첨단소재 부문에서도 수요 부진 겹치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LG화학은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투자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충북 청주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라인 양산 계획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룬다. 또 2026년 이후 양산 목표로 검토한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공장과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관련 투자를 순연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차전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 확장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일본 도레이와 합작해 헝가리에 분리막 라인을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LG화학 측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자산을 효율화하고, 가격 혁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기존 계약을 전제로 증설 규모를 확정하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도 투자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해외 자회사 증설 투자 등 약 1500억 원 정도를 추가 조정할 계획이다. 내년 투자 규모도 올해 약 3조 원 수준 대비 40% 감소한 1조7000억 원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증설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금호석유화학은 꾸준히 NB라텍스 투자를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증설이 마무리되면서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 71만 톤에서 약 95만 톤 수준까지 늘어났다. 

금호석유화학은 추가로 연간 생산능력 47만 톤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올해 상반기 증설 이후로는 당분간 증설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투자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업황이 좋았고 투자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었다”면서도 “현재는 당시와 업황 등 여러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업황 부진 장기화…재무 건전성 확보 주력
석유화학업체들이 투자에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수요 회복이 늦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도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화학업체들은 2분기 들어서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LG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 405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34.3%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이 1112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도 691억 원의 영업손실을 올렸는데 이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게다가 하반기에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투자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대규모 설비와 소비재 교체를 유도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펼치면서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으나 이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 이구환신 정책에 대해서는 제품별로 상이하지만 수급 밸런스 회복 이상의 큰 폭의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별로 보면 자동차 가전 분야의 ABS나 고무 제품 같은 경우 소폭의 수요 회복 및 공급 과잉의 완화 정도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석유화학업체들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투자 순연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 역시 판매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무리하게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고 보고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당분간 석유화학업체들은 업황 회복이 불확실한 만큼 투자 확대보다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확실한 시장 상황 및 전방산업 수요에 연계해 기존 투자 계획을 순연하고 전략적 중요도가 낮거나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 항목은 축소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며 “컨트롤 가능한 영역에 실행력을 집중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겠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