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시도자 20대·40대 남성으로 파악…1명은 수영 중 행방불명
수해 총동원령 등 북한군 피로 누적에 경계 취약해져 귀순 성공
제3국 거치지 않는 ‘직행’ 탈북 증가…북·중 국경 봉쇄돼 더 안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지난 8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로 귀순을 시도한 북한주민 2명은 20대와 40대 남성 민간인으로 확인됐으며, 가족관계로 추정된다.

당초 2명이 탈북을 시도했으나, 도중에 1명이 수영 도중 실종되면서 최종 귀순에 성공한 것은 1명이다.

11일 군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2명은 북쪽지역에서 맨몸으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날 오전 교동도 인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최종 우리측에 신병이 확보된 것은 1명이었다.

군소식통은 또 신병이 확보된 1명의 복장이 인민군이 아니라 민간인인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들이 각각 20대와 40대로 보여 부자관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 남북 공동조사단 한강하구 수로조사 (PG)/일러스트=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5월 서해에서 일가족 9명이 귀순한 사실이 있고, 같은 해 10월 동해로 귀순한 4명도 모두 가족관계였다. 

또 지난 2014년 이번처럼 부자관계인 2명이 교동도로 헤엄쳐 탈북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이번 북한주민의 귀순도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난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동시에 북한이 최근 접경지역에 방벽을 쌓는 등 과중한 인력동원을 한 탓에 북한군의 경계가 허술해진 것이 탈북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지목됐다. 북한 당국은 전방지역의 경계를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오히려 피로가 누적된 군인들의 경계에 허점이 생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올해 남북관계 단절을 주장한 뒤 휴전선 인근에 대전차 방벽공사와 지뢰 매설을 위한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이들은 교대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북한 인민군들이 자강도 수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사진=뉴스1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집중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수해가 발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를 ‘특급재해비상지역’ 선포하고 총동원령을 내렸다. 압록강 인근 지역의 복구사업을 위해 전국의 청년, 당원, 군인들을 투입한 것이다. 남북 접경지역 중 가장 거리가 가까운 서해에서 북한은 더욱 경계를 강화해왔는데도 구멍이 생긴 것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북한 내부가 현재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러관계를 개선해 경제난도 해소하려는 생각으로 보이지만 단숨에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데다가 큰 수해피해까지 생기면서 동원령은 강화되니까 주민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각 지역의 당원, 군인, 청년을 총동원하니 그만큼 내부 취약성이 증가했을 것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탈북 시도도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이번 귀순은 (북한주민이)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 탈북할 수 있다라는 의미 있는 사례이다. 집단 탈북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중 접경지역을 통하던 탈북 루트가 남북 접경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억원에 가까운 탈북 비용과 당국의 경계 강화로 인해 북중 접경지역이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는 평가이다.  

   
▲ 2016년 4월 초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해 입국하고 있다. (자료사진)/사진=통일부 제공

탈북민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과거에는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제3국을 통해 탈북하는 것이 안전한 루트였다. 하지만 최근 탈북 비용이 비싸졌고, 심지어 '탈북자에게 뇌물을 받은 뒤 그냥 사살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면서 "그래서 북중 접경지역을 통하기보다 서해에서 헤엄쳐 오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한 방법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가 제공한 북한주민 귀순 현황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역이 봉쇄된 2020년 이후 남북 접경지역으로 귀순한 사람은 총 16명이다. 2020년 동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점프 귀순’ 1명을 제외한 15명이 모두 해상을 이용해 탈북했다. 

아울러 지난 7월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서 앞으로 북한주민의 추가 탈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북한주민의 귀순이 대북확성기를 통해 전해질 경우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여겨진다. 

박 의원은 “접경지역에서 시행된 대북확성기는 최대 30km까지 방송이 전달된다. 또 그 내용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입소문을 통해 북한 내부로까지 전달된다”며 “이전 정부에서 강제북송으로 탈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어졌을 수 있지만 이제 탈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도 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