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부 이보라 기자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분노의 화살이 애먼 카드사로 향하고 있다. 금융당국와 정부는 카드사에 수습을 떠맡기는 모습이다.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한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큐텐의 자회사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처에 판매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하면서 판매자들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으며,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상품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환불도 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달 25일 기준 2134억원에서 31일 기준 27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 규모는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 계산하면 약 8235억원으로 사실상 미정산 피해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처럼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반해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면서도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며 그마저도 다 투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또 800억원 출연을 약속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티몬·위메프가 돌발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피해자 구제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이 가는 상황이다.

티메프 측은 지난 12일 법원에 신규 투자·유치 계획과 인수·합병 등 방안이 담긴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업계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자구안에는 구조조정펀드나 사모펀드로 투자를 유치해 채무를 우선 변제하고, 3년 내로 기업을 정상화해 재매각하겠다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회사는 여전히 자구안을 실제로 실행할 인수자나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티메프의 사태 해결 의지와 능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환불 책임은 카드사에게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지난 1일까지 접수된 티메프 여행·상품권 등을 포함한 전체 카드사 환불민원 규모는 약 55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카드사 소비자 관련 임원들을 소집해 티몬·위메프 소비자들이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받지 못한 카드 결제 건에 대해 환불을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카드사가 환불을 먼저 해주고 이후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에 구상권을 청구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티메프가 정산금을 주지 않을 시 관련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PG사들이 이미 결제대금을 티몬·위메프에 지급한 만큼 환불·취소는 티몬·위메프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PG사가 부담하면 오히려 다른 소상공인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카드사가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아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으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티메프와 PG사의 계약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카드사는 티메프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결제 수단의 역할만 맡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손실 분담을 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카드사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데 책임자가 아닌 애먼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게 되면 제2, 제3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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