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 열망의 역사…한반도 통일 이뤄야 광복 완성”
구체 방안에 北의 인권개선·정보접근권 포함, 은밀한 진행 원칙 간과했다는 지적
전문가 “보여주기식 통일정책은 수명 짧았어” “선전적 통일정책은 실재적 반통일”
“역대정부의 통일원칙에 ‘자주’ ‘평화’ ‘민주’ 담아 북한정권 배제 안한 이유 있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화해협력 등 기능주의로 접근한 것도 흡수통일론 경계 때문”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자유’를 강조하는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우리국민을 비롯해 북한주민과 국제사회를 주요 오디언스로 삼아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를 열망한 역사였다고 설명하고, 과거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침탈되고 분단된 ‘한반도 통일’을 이뤄야 광복을 완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안전 보장’ ‘창의·혁신으로 도약’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란 3대 통일비전과 ‘국내 자유의 가치관 및 역량 배양’ ‘북한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의 3대 통일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7가지 구체 방안도 제시됐는데, ‘통일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인권 개선 위한 다차원적 노력’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간 대화협의체 설치’ ‘국제한반도포럼 창설’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에서 ‘자유’와 ‘인권이 강조된 것은 과거 정부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역대정부는 ‘자주’ ‘평화’ ‘민주’ 등을 통일원칙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독재 권위주의 정권인 북한 당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정부의 통일 독트린은 북한 당국보다 북한주민을 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남한의 통일정책에서 북한당국을 배제하면 자칫 흡수통일론, 정권붕괴론으로 연결될 수 있어 이를 경계해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었다. 통일정책은 상대가 있는 것인데다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할 필요도 있다. 특히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은밀하게 진행해야하는 것도 원칙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5./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통일정책의 기능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8.15 통일 톡트린에 대해 ‘선전적 통일정책으로서 실재적 반통일’이란 비판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정책은 시대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 보완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현실적이고, 실효적인지, 지속가능한지를 봐야 한다”면서 “국내정치용 보여주기식 통일정책도 많았다. 이런 정책들 대부분은 수명이 극히 짧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화해협력, 햇볕정책 등 기능주의적 접근을 통해 북한주민뿐 아니라 북한정권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정부간 협상을 통해 통일을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북한체제붕괴론과 연결돼 북한당국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통일은 상대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법상 엄연한 국가이다. 북한정권이 무너지면 바로 남한 주도의 통일이 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남북연합 단계를 설정한 이유는 두 국가가 하나의 국가로 되기 위한 완충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독일통일과 같은 통일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독일통일은 20년 넘는 화해협력과 탈냉전의 국제질서 아래 추진된 것이다. 현재 동북아나 국제 정세와 다른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정부가 흡수통일을 강조할수록 북한은 2국가 체제를 강화할 것이며, 조기 세습체제 구축과 주민통제 강화로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만 악화될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밀착을 견고히할 경우 북한이 중국화, 러시아화되는 과정에서 통일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통일 실천방안 중 통일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는 정치행정 및 교육, 보건의료, 바이오, 환경, IT를 망라해 통일미래 준비를 위한 학제적 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을 강화해 탈북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바람직하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남한사회 내부의 통일역량이 강화되는 것이어서 추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4.8.15./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반면, 이날 광복절 경축행사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불참한 분열된 정치권의 현실은 통일 추진력을 쇠퇴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야심차게 발표한 통일 독트린이 빛바랬다는 평가를 비켜갈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임을출 교수는 “모든 합의나 선언은 제대로 이행될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분열과 불신을 해소하고 화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불변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사상초유의 반쪽짜리 광복절 경축행사를 의식한 듯 경축사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가짜뉴스를 질타했다. “자유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허위선동과 사이비 논리에 휘둘려선 안된다”며 “지금 가짜뉴스는 하나의 대규모 산업이 됐다.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해 유통시키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한일 간 수출격차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우리경제 발전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대신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지난 8월 1일 세계은행은 ‘중진국 함정’이란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지칭했다. 대한민국 성장의 역사가 모든 중진국이 숙지해야 할 필독서라고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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