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6일 “북한도 우리의 남북대화협의체 제안에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대화협의체를 제안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응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 관련 브리핑을 열고 “북한은 군사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 북한주민의 민생을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를 위해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노력해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장관은 “이번 대화협의체는 윤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또 모든 어젠다에 열려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과의 사전교감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이 나왔는데,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3.1절 경축사 이후 통일부와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우리정부가 독자적으로 마련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자유민주를 강조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그 실천방안 중 하나로 남북 당국간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시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을 향해 직접적으로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모든 의제에 다 열려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2국가론을 주장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인데다, 경색 국면을 풀 특별한 계기도 없는데 제안된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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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8.16./사진=연합뉴스 |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은 ‘자유·안전 보장’ ‘창의·혁신으로 도약’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란 3대 통일비전과 ‘국내 자유의 가치관 및 역량 배양’ ‘북한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의 3대 통일추진전략을 담고 있다.
이는 과거 역대정부의 통일 원칙을 ‘자주’ ‘평화’ ‘민주’ 등 북한당국을 의식해 현 체제를 존중하는 것으로 삼아온 것과 다르다. 과거 30년간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으로 유지되어온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남북 연합, 통일국가의 3단계로 설정돼있으며, 그 첫 단계인 화해·협력 과정에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조건이 있다.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한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체제를 인정하는 과거정부 입장을 유지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8.15 통일 독트린은 통일국가의 최종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제시하는 것이다. 남북한 구성원 모두 자유와 인권, 풍요를 누리는 그런 상태가 통일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8.15 통일 독트린에선 ‘자유민주’를 강조해 '북한당국이 아니라 북한주민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엔 “이번 통일 독트린이 탄생한 가장 주요 배경에 국제정세 변화, 북핵 위기 심화도 있지만 또 중요한 것은 북한사회 내부의 변화”라며 “지금 북한 내부는 시장화, 정보화, 개인주의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반영하는 정책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8.15 통일 독트린이 사실상의 흡수통일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흡수통일이란 말은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나왔다. 과거 동독의 5개 주가 기본법 23조에 따라서 서독으로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서 가입 통일, 합류 통일을 이뤘다”면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흡수통일과 상당히 차이가 있어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흡수통일이라는 것이 힘에 의한 강압적인 현상변경을 통한 통일이라고 누군가가 정의한다면, 그것은 우리정부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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