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후판, 국내 유입 늘어나면서 반덤핑 제소
조선용 후판은 빠지면서 실익 크지 않을 수 있어
중국의 무역 보복 조치 가능성도 고려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현대제철이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을 막기 위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그러나 반덤핑 관세가 실현되더라도 조선용 후판이 빠질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반쪽짜리 규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과의 무역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동국제강이 생산한 후판./사진=동국제강 제공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후판 수입량은 68만8000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중국 내 수요가 줄어들자 저가를 앞세워 판매하면서 국내 유입이 늘어났다. 

중국에서 저가 수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판매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중국산 후판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판매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산 후판은 국내산 후판보다 10~20% 수준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산 후판이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까지 영향을 주자 현대제철은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제소를 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다. 중국산 후판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국내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에 따라 정부는 후판을 생산하는 또 다른 업체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에 의견을 묻게 된다. 이후 반덤핑 찬성 의견이 우세하면 조사가 시작되고 예비 판정, 본조사 판정 등 절차가 이어진다. 실제 중국의 저가 판매로 인해 피해를 있었다고 판단되면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특히 후판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서 현대제철이 먼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판의 조선용의 판매 비중이 높은데 조선용의 경우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빠지게 된다. 

특히 조선업계가 앞으로 3년이 넘는 일감을 확보하면서 후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데 조선용 후판이 빠지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과의 관계가 고려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철강업체들도 중국으로 다양한 철강재를 수출하고 있는데 후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에서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철강 외 다른 수출품에서 보복을 당할 수 있어 정부에서 이를 감안했다는 의견도 업계 내에서 나온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후판 덤핑 관련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판 외에도 열연강판 등 중국산 수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 내 최초 덤핑 사례에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후판 유통시장에서 중국산 유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조선용 후판이 빠진다면 반쪽짜리에 불과할 것”이라며 “국내 철강업체들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실익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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