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부당대출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본원 임원회의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의 상황인식과 대응 행태를 강하게 질책하는 동시에 원칙에 입각한 엄정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되고 그 결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이라며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어야 하며, 엄정한 내부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기관 자체의 한계 등으로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계좌추적권, 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속히 의뢰해 진상을 규명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당대출 의혹건과 관련해 우리은행이 내놓은 해명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했는데,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에게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들 대출 중 28건(취급액 350억원)에서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절하게 취급됐다. 특히 지난달 19일 기준 대출 19건(잔액 269억원)에서는 이미 부실이 발생했거나 원리금을 연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부적정 대출을 확인하고도, 금감원에 일부러 늦게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해당 건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이라며 "(1차 검사를 실시할) 당시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우리은행이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전직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고,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는 행태를 지속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 원장은 각 부서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엄정한 잣대로 감독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