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맞춤 선주문 생산 시스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칩 생산에 필수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 맞춤형 선주문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지는 데다가 AI 열풍이 이어지면서 처리해야할 데이터 양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SK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공격적 투자와 증설이 과거와 같은 메모리 공급 과잉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제기된다. HB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엔비디아,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투자가 더뎌지면, 시장 분위기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HBM 공급 과잉 우려가 과하다고 진단하는 낙관적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가 범용 성격을 띄었던 것과 달리 세대가 지날수록 맞춤형 추세로 흘러가고 있어 공급 과잉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HBM 산업 구조는 제조사가 특정한 생산한 제품을 생산해 많이 팔아야하는 과거와 달리 고객사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선주문 방식 구조로 변화했다. 즉 HBM 재고가 쌓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HBM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도 이러한 상황이다.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도 최근 열린 '이천포럼2024'에서 "M7(매그니피센트7)에서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는 요청사항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M7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을 일컫는다. M7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가 있다. 

게다가 AI 열풍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언어모델(LLM) 형성 GPU에 탑재되는 HBM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 센터용 서버, PC 등 적용 영역을 확산하며 첨단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한다. 고객맞춤 추세에 따라 양사는 이미 고객사와 HBM 공급 물량 협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와 내년 HBM 물량까지 협의를 완료했고, 내년 HBM 출하량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HBM3E 8단이 HBM 출하량의 50%를 넘어서고, 내년 상반기에는 HBM3E 12단 비중이 8단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올해 HBM 생산물량을 지난해보다 4배 가량 늘리고, 내년에는 생산능력 목표치를 올해보다 2배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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