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기적같은 일을 일궈냈다.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끝에 2-1로 누르고 우승했다.

   
▲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야구 최고 전통의 대회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사진=교토국제고 SNS


결승전답게 이날 경기는 9회까지 두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 연장 승부치기를 벌였다. 무사에 주자를 1, 2루에 두고 치러진 연장전에서 교토국제고는 10회초 2점을 냈고, 10회말 수비에서 1실점으로 막아 우승을 확정지었다.

일본 최고 전통의 이 대회는 공영방송 NHK에서 본선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데, 우승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교가를 제창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생중계로 울려퍼젔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대회 우승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 대회는 일본 전역의 3700여개 학교가 참가해 지역 예선 우승팀 49개 학교만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 무대를 밟는 것만 해도 선수들에게는 영광으로 꼽히는데, 여기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교토국제고는 중고교생을 합쳐 전교생이 총 160명밖에 안되는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해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를 전신으로 하며,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들 중 한국계는 약 30%이며, 65%정도가 일본인이다. 그래도 전통을 지켜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부른다.

   
▲ 교토국제고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계 교토국제고는 일본 고교야구 최고 전통의 대회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사진=교토국제고 SNS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처음엔 학생들의 취미 활동을 위해 창단돼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야구부 역사는 짧지만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과 선수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지역 명문팀으로 도약했고, 2021년 여름 고시엔 대회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오르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4강을 이뤘던 3년 전 결과도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아예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에 윤석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결승전 구장에 힘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습니다.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야구는 위대합니다. 많은 감동을 만들어내니까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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