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자체 핵무장론’과 달리 ‘신중론’ 제기돼…北핵 위협 한미동맹 '확장억제력'이 대안
한미원자력협정 유효기간 만료 대비해 원자력, 무기 아닌 평화적 측면 강조 필요성도 제기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주장을 검토하는 토론회가 26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화두가 된 ‘자체 핵무장론’을 반박하는 의견이 제시돼 이목을 끌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정치권의 핵심 이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수준의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이 금지돼 있다.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국회에서 26일 김건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과연 필요한가'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미디어펜


다만 국내에서는 군사 목적이 아닌 에너지자원 측면에서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물론 나아가 자체 핵 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과연 필요한가’ 토론회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전 원내대표, 구자근, 정희용, 이만희, 이인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의 ‘한국의 핵 비확산 국익이 핵무장 국익보다 큰 이유’와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의 ‘국민과 국가, 미래를 위한 원자력’을 주제로 각각 발제가 진행됐다. 

이어 2부에서는 김건 의원, 전 한국정책학회장, 이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류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 유병석 외교부 심의관이 참여하는 정책 토크쇼가 진행됐다.

1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체 핵 무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또 이를 실현했을 경우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전 한국정책학회장은 “핵무장을 위해서는 2가지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농축·재처리 시설과 핵물질 또, 강력한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실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서는 우리가 6개월이면 핵분열물질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너무 과대평가된 것으로 원자력 학계에서는 최소한 3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라며 “또 대통령이 핵 무장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풀뿌리를 먹어도 된다’라고 말했을 때 이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라면서 자체 핵 무장은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체 핵 무장 대신 미국의 핵 확장억제력에 동참해 실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의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한미동맹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적인 관계인 만큼 신뢰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어 이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은 원자력이 산업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자원임을 강조하며, 에너지라는 측면을 부각해 미국으로부터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는 다시 원전을 도입하고 있고, 친원전국가는 이를 확대하고 있다. 원자력이라는 것이 경제적이면서 환경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평화적인 이용을 전제로 지속적으로 미국과 정치적 합의라든지 대화를 통해 핵 비확산의 신뢰성을 심어줘야 한다”라며 원자력이 무기가 아닌 에너지 자원이라는 측면을 강조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정책 토크쇼에서도 패널들은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이들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자체 핵 무장 추진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류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은 “정치권에서 핵 무장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평화적인 차원에서 기술을 개발하는데 핵 무장이 강조된다면 오히려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개발에 제한이 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정치권이 자체 핵 무장을 강조하는 것은 원자력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한미원자력협정에서도 미국의 동의만 있으면(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할 절차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에너지 안보와 평화적인 이용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면 미국으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평화적인 이용을 전제해야 한다. 우리가 핵 비확산 공약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병석 외교부 심의관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은 NPT를 탈퇴해 현재 국제사회에서 고립됐고,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우리나라가 핵 무장을 위해 NPT를 탈퇴할 경우 북한과 같은 외교적 고립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건 의원도 “(핵 개발로)북한은 국제 제재하에 경제적으로 또 외교적으로 고립이 되어있다. 우리의 핵 무장은 북한이 그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열어주는 효과를 발생하게 된다”라며 “그럴 경우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면서 자체 핵 무장 대신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이용하는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즉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은 낮으나,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을 전제로 권한 확대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오는 2035년 한미원자력협정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