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8월 기준금리를 현 3.5% 수준에서 동결한 것과 관련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무시한 채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대해 “안타까운 것은 이 논쟁이 현 상황에서의 단기적인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치중했다는 점”이라며 “왜 우리가 지금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제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조그만 충격만 있어도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됐는가 하는 문제”라고 전하며“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화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해 “더 안타까운 점은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국민들 간의 위화감,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