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사람들로 붐비지만 정작 구매 고객 많지 않아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재래시장에서 버섯, 김 등을 판매 중이던 가게주인은 바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기 바빴다.
 
추석관련 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의 분주한 발걸음, 물밀 듯 밀려오는 고객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게주인 등 추석 대목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무료함마저 엿보였다.
 
가게 주인은 "추석 대목은 옛날얘기"라며 "명절 대목, 특수라고 하지만 재래시장과는 먼 얘기로 추석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오는 손님들은 물론이고 구매하는 고객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 21일 남대문시장의 모습이다./미디어펜
 
21일 방문한 서울 중구 남창동에 있는 남대문시장에는 저마다 자기 볼일을 보기 위해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반면 각 상점들에는 먼지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인 모습을 이루면서 아이러니한 광경을 자아냈다. 남대문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다수 양손 가득 무언가를 구매하기 보다는 가벼운 손과 발걸음으로 먹거리를 즐기거나 구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했다.
 
그나마 제수용품을 판매중인 곳이나 가판대에서 옷 등 의류를 판매 중인 상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로 활기를 띄는듯했지만 다른 가게들의 경우에는 찾는 손님이 없어 잔주름이 늘어가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주방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남대문에 왔다는 한 주부는 추석선물세트 등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여기저기 돈 들어 갈 곳도 많고 물가가 오르는 등 가계 사정이 그다지 넉넉지 않아 올해에는 간소하게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추석선물세트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몰려있다는 메인거리를 찾아갔지만 그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게마다 텅 비어 손님들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판매 상인들만이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인삼판매전문점을 운영 중인 가게 주인은 "예전에는 우리가게도 그렇고 이 거리에 가게들이 추석선물세트를 따로 마련해놓고 팔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지다 보니 이제는 취급을 하는 곳이 거의 다 없어졌다""지나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진짜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로 예전에는 양손가득 들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빈손으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게들에는 인삼, , 버섯 등 기존에 판매 중이던 상품들 외에 추석선물세트를 따로 마련해놓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따로 추석선물세트를 밖에 내놓고 판매 중인 곳은 2군데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 21일 남대문시장에서 추석선물세트를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는 가게의 모습이다./미디어펜
 
추석선물세트를 판매 중인 한 가게도 바깥에 진열된 상품들이 구경하는 사람 없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추석선물세트 판매가게 주인은 "요즘에는 다들 인터넷으로 가격비교를 해서 사거나 마트에서 구매하지 재래시장에서 선물세트를 따로 구매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그나마 과거부터 꾸준히 방문하는 단골고객들이나 주변 상인, 주변 직장인들이 사가는게 전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대기업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해 구매하러 오던 고객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없고 단골고객들도 뜸해졌다""추석선물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경기가 안 좋다보니 대량 구매보다는 소량구매를, 비싼 품목보다는 조금은 저렴한 상품들을 구매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가게가 30분가량 만에 맞이한 고객 역시 추석선물세트는 한 세트만을 구입한 채 자리를 떠났다.
 
추석선물세트를 구매한 고객은 "마트나 백화점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있다""마트나 백화점은 일부 상품들에 대해 종종 중량을 줄여 싸게 파는 등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재래시장은 전혀 그런 거 없이 싸게 팔아 훨씬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재래시장의 장점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재래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