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과 조 은행장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사고 미보고로 인한 최고경영자급의 제재는 흔치 않은 사례이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서는 중징계도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자체뿐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총 5단계로 나된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을 받는다.

올해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조 행장은 임기내 수백억원 대 횡령사고를 비롯한 연이은 금융사고에 휘말리면서 연임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 조 행장이 이번 부당대출건으로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불가능하다. 임 회장도 연임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독 수장이 직접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다. 임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공급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이)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350억원은 통상 기준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며,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단순한 여신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해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해왔다.

금감원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9~10월 특정 영업본부장이 취급한 부실 여신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자체 감사에 착수했고, 3월 감사종료와 4월 자체 징계 후에도 감사 결과를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조 은행장이 관련 내용을 작년 9월께 이미 인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감리부서가 지난해 9~10월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경영진에 보고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임 회장 등 지주 경영진도 올해 3월께 감사 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전 11시 임 회장 주재로 지주사와 우리은행 전 임원이 참석하는 긴급임원회의를 개최한다. 이 원장이 전 회장 부당대출과 관련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거론한 뒤 첫 긴급회의인 만큼 현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된 메시지가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