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AI가속기 수주 성과
경쟁력 제고·노사갈등, 과제로 남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반도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이 취임한지 100일째를 맞이했다. 전영현 호가 닻을 올린 후 안팎으로 힘써온 결과 차량용 반도체와 AI 가속기 등 신사업에서 하나둘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 사진은 전영현 부회장./사진=미디어펜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21일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원포인트 인사로 DS부문장에 선임됐다. 그는 취임 후 반도체 사업 쇄신을 위해 삼성전자 본진으로 불리는 D램 사업 조직을 재정비하고, 관료화한 조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 

그 결과 퀄컴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용 D램 공급을 시작했으며, IBM에 AI(인공지능)칩 파운드리를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 패권 탈환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경쟁력 제고, 노사 갈등 완화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 차량용 반도체·AI가속기 수주 성과

삼성전자는 전날 퀄컴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32GB(기가바이트) LPDDR4X(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4X)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 반도체가 들어간 인포테인먼트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소니혼다모빌리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쓰인다.

삼성전자는 대형 차량 솔루션 업체인 퀄컴을 고객사로 추가하면서 시장 점유율 1위인 마이크론을 제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안정성과 신뢰도를 가장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작은 문제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제품 안정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데, 삼성의 LPDDR4X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에 이르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한다. 

차량용 칩은 반도체 산업에서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칩이 내연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그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차세대 차량용 D램 LPDDR5도 올해 중 퀄컴 인포테인먼트에 공급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D램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16%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2028년 시장 규모는 73억6300만 달러로, 2023년(34억87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AI가속기 시장 진출도 눈에 띄는 성과다. 삼성전자는 미국 IBM과 손잡고 AI가속기 시장에 발을 딛었다. IBM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5㎚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된 AI 프로세서 '텔럼2'와 AI 가속기 '스파이어'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의 공개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AI가속기는 HBM과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결합해 만드는 것으로, AI에 필수적인 연산이나 추론을 빠르게 수행한다. 현재 AI가속기 시장 97%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파운드리는 TSMC, HBM 공급은 SK하이닉스가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TSMC, SK하이닉스가 연합해 주도하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맞설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사진=삼성전자 제공


◆ 경쟁력 제고·노사갈등, 해결 과제로 남아

전 부회장은 HBM 주도권 탈환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취임 한 달여 만에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HBM 개발팀을 하나로 통합해 D램 설계 전문가를 팀 리더로 앉혔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며 공급망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5세대 HBM3E 8단에 대한 품질테스트는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HBM3E도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HBM3 납품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 후속작 역시 시간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HBM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마하 시장 선점도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CXL은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 HBM을 이을 주요 먹거리로 꼽힌다.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제고도 힘써야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여전히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노사 갈등도 안정화 해야한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1일 파업을 앞둔 노조를 만나 설득했으나 이견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갈등을 봉합하는 게 급선무다. 

한편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1999년 '반도체 빅딜' 당시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에는 세계 최초 2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메모리 신화를 썼다. 이후 삼성SDI 대표이사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거쳐 DS부문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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