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은 22일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에서 발표한 획정안과 관련, 지역 대표성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며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설치 추진 방침을 밝혔다.

현재 발표된 안을 적용하면 현행 지역구가 수도권 112개, 지방 134개인 상태에서 9~10개의 농촌 지역구가 줄고 그만큼 도시 지역구가 증가함에 따라 농촌지역에서 6개 군, 5개 군을 관할, 강원도의 경우 도의 절반이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되는 등 지역대표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여당 의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여당은 야당 측에 23일 열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특별선거구 설치를 적극 논의할 것과 함께 야당 지도부에서 지역구-비례 의석 배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 농어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여야 의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농어촌 지역 의석수 감소에 따른 대응방안으로서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지역에 각각 1석 이상의 '특별선거구'를 채택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선거구 설치에 대해 "검토해 볼 만 하다"며 "농촌 대표성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역구를 넓히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는 게 헌재 결정에 부합하는 국회의 태도"라고 말했다.

이학재 정개특위 간사도 이날 회의에서 특별선거구 설치 주장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며 “(23일) 정개특위를 통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기준을 여야가 함께 만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공직선거법 상 조항 등을 통해 제주도와 세종시의 부족한 유권자 수를 배려한 사실을 들며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 도에 1석 이상의 특별 선거구를 만들자는 예외조항을 얼마든지 신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야당은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야당 내부에서도 이것은 통일된 의견이 아니다”며 “야당 문재인 대표가 지역구를, 특히 농어촌 지역구를 버릴건지 아니면 지킬건지를 명확하게 밝혀 혼란을 없애야 하는데 너무 어물쩡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야당의 비례대표 축소와 관련,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미련과 다음 대선 때 다른 야당의 협조를 받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듯하다"면서 권역별 비례제는 여당에서 공식 반대하고 있고 인위적인 야당 후보 단일화는 선거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비례대표 숫자유지에 미련을 가지면 농민들로부터 ‘농촌 의석을 줄였다’는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선거구가 강제로 결정되는 비운을 맞을 수 있다”며 "야당은 합리적으로 농촌 지역 의석을 지켜서 우리 농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여당과 선거구 협상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용남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비례대표제는 소수자 배려 등 의미도 있으나 사실상 당권을 가진 권력자에 의한 임명식이다. 야당 대표가 비례 의석을 줄이지 못하겠다고 하는건 당권이란 권력을 마음껏 누리겠단 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일침했다.

   
▲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22일 야당 측에 다음날 열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특별선거구 설치를 적극 논의할 것과 함께 야당 지도부에서 지역구-비례 의석 배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 이 간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비례대표 축소가 기득권 지키기라는 주장에 대해선 “그러면 농촌지역 지역구를 지금보다 줄여 지역 대표성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박하며 농촌지역의 현행 지역구 유지와 함께 2:1의 인구편차를 맞추는 선에서 조정을 거쳐 지역구를 10석 이상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 여야 의원 총 25명으로 구성된 ‘농어촌주권지키기의원모임’은 선거구획정위가 20대 총선 지역구 의석수 범위를 244~249석으로 정한 데 대해 농어촌 지역구 대폭 축소를 우려,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지역에 각각 1석 이상의 특별선거구를 채택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모임 소속 야당 의원들 역시 농어촌 지역구를 지키려면 비례대표 수를 줄여야 하는 데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