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관리 가능한 수준을 크게 초과했음을 시사하며, 대출총량을 옥죄는 사실상 '대출총량제'의 부활을 시사했다. 은행들이 연초 제출한 대출계획에서 올해 대출액이 계획을 넘어섰을 경우, 내년도 대출가능한도를 줄이는 식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4대 은행의 경우 8개월도 채 안 돼 연간 경영계획 대비 150%를 돌파한 만큼, 당국으로서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크게 올리고 전세대출 우대조건 등을 축소한 가운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만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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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관리 가능한 수준을 크게 초과했음을 시사하며, 대출총량을 옥죄는 사실상 '대출총량제'의 부활을 시사했다. 은행들이 연초 제출한 대출계획에서 올해 대출액이 계획을 넘어섰을 경우, 내년도 대출가능한도를 줄이는 식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4대 은행의 경우 8개월도 채 안 돼 연간 경영계획 대비 150%를 돌파한 만큼, 당국으로서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향후 가계부채 관리 대응안'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 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내년도 은행별 DSR 관리 계획을 수립할 때 더 낮은 DSR 관리 목표를 수립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전날 "(은행별) 계획 대비 (가계대출) 실적이 과도하면 평균 DSR을 낮추도록 지도하겠다"며 "내년에 관리 계획을 잡을 때 (은행별로) 목표를 차등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가계부채가 최근 관리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원장보는 "(월별 순증액이) 5조 5000억원 내외면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7~8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으로 갑자기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달 21일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이미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했음을 시사했다.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계획 대비 150.3% 수준인데, 연초 목표치를 8개월로 환산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 수준은 200.4%에 달한다. 경영계획 대비 실적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376.5%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개별은행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감독당국의 미시적 연착륙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25일 "정부는 수도권 집값 상승 등 최근 부동산 시장 관련해서 개입 필요성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당국의 은행권 대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은행권에서는 '실수요자'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당국의 기조는 대출자의 상환능력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 대출실행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DSR'로 대출한도를 줄이도록 이끌었는데, 이제는 은행의 총량을 옥죄는 규제로 변모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무관해진 까닭이다.
금감원은 전날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해 갭투자 등 투기 수요 제한 등으로 대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면서도,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은 내년도 은행별 DSR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더 낮은 DSR 관리목표를 세우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결국 은행들이 내년에도 주담대 영업을 펼쳐야 하는 만큼 올 연말까지 신규 주담대나 대환대출 영업을 자제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주담대 시장을 움직이는 4대 은행의 경우 이미 경영계획을 훨씬 초과한 만큼, 연말까지 신규 대출은 극히 제한적일 전망이다. 집값과 대출금리만 저울질하며 시간을 끌었던 실수요자일수록 내 집 마련에서 멀어지게 된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날 당국 발표는 사실상 대출 총량제나 다름 없다"며 "계획보다 많은 대출을 내어준 은행들은 연말까지 주담대 영업을 사실상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실수요자들은 DSR 2단계 규제로 인해 대출한도도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데,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며 "아직 내 집 마련을 염두하는 실수요자라면 현재로선 대출한도가 남아 있는 은행을 찾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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