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에 또 다시 '브레이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두산그룹의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에 금융당국이 또 한 번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건에 대해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또 하나의 ‘선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작년 10월17일 서울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28일 관련 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두산그룹의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문제에 또 다시 브레이크를 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정정을 재차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미 앞선 지난달 24일에도 한 차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두고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던 터다. 

두산이 제시한 합병 비율인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는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이 건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재차 상법개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슈이기도 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회사 합병 시에는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매우 많은 조항인데, 이번에도 두산로보틱스가 시장에서 고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첫 번째로 정정요구서를 요구했을 당시 금감원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 재차 신고서가 반려되면서 두산로보틱스는 또 다시 신고서를 정정제출 해야 한다.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가 철회된다. 사업결합 승인을 위해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내달 25일)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금감원의 이번 움직임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데 다수의 견해가 일치한다. 이미 이 원장은 지난 8일에도 “(두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비판하며 ‘무한 정정요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에도 “두산그룹이 중요한 사업 재편을 결정하면서 사전에 주주들과 소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견해가 결국 두 번째 반려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기업경영의 방향성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다만 이 문제가 소액주주들 다수의 반발. 더 나아가 상법개정 등의 이슈와도 연계돼 있는 만큼 양측의 견해가 쉽게 수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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