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에 명시된 면책사항...소비자가 책임 전가 지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달 프랑스 파리로 여름휴가를 갔던 직장인 이모씨(35·남)는 현지 공항에서 수하물로 부쳤던 하드케이스가 부서진 것을 확인했다. 어딘가에 심한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하드케이스 한쪽 모서리가 그야말로 형편없이 깨졌다. 하드케이스 뿐 아니라 가방 안에 넣어둔 선글라스, 카메라 렌즈, 상비약 보관함도 함께 부서져있었다. 이모씨는 즉시 항공사에 연락해 부서진 모든 물품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항공사측은 검토 후 항공사측의 책임으로 판명되면 가방은 배상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물품에 대해선 배상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항공사 과실로 인한 파손이 분명한데 이에 대한 배상이 이뤄질 수 없다니 정말 황당할 따름이다”며 “면책사유를 들어 결국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밖에 더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매년 항공사의 수하물 파손과 관련된 민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MBC방송 화면 캡처

매년 항공사의 수하물 파손과 관련된 민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항공사 약관에 명시된 귀책사항 때문이다.

22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의 수하물 파손은 2012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3년6개월간 총 6만6630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2년 1만7276건이었던 파손건수는 2013년에 1만8473을, 지난해에는 1만9645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만1236건이 발생했다.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외 항공사들은 정상적인 수하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흠집, 마모 등을 제외한 파손에 대해 보상하고 있다.

이는 상법과 몬트리올협약에 따른 것으로 항공사의 관리기간 중에 발생한 위탁 수하물 파손에 대해서는 항공사의 과실로 보아 항공사에 책임을 물리고 있다.

다시 말해  공항에서 고객이 수하물을 위탁하는 시점부터 수령하는 시점까지 해당 위탁 수하물은 항공사의 지배·관리 하에 놓이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과실이 입증되면 이에 대한 보상을 지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면책사유’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면책사유를 두고 있는데 ‘파손 또는 손상되기 쉬운 물품이나 노트북, 카메라 등의 전자제품, 보석 등 귀중품은 위탁 수하물에 포함하거나 접수하지 아니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사의 책임으로 해당 물품이 파손됐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지지 않아도 된다. 고객이 항공사의 약관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씨의 경우도 항공사 면책사항이 적용돼 가방 안에서 파손된 물품에 대해 항공사에 책임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수하물 접수 시 운송 제한 품목에 대한 여부와 함께 약관을 안내하고 있다”며 “따라서 약관에 제시된 운송제한 품목에 대해서는 항공사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노근 의원은 “항공여객이 증가함에 따라 수하물 분실 및 파손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용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수하물 운송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국토부와 각 항공사들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