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그룹 품에 안기면서 한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내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거나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KDB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다.

   
▲ 사진=각사 제공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총 인수 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에서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로 선회하면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손보업 강화를 위해 롯데손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자산 기준 생보업계 4위 신한라이프를 보유하고 있지만 손보업은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2년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은 지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나금융 또한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실시된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실사를 벌이는 등 지속적으로 롯데손보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인수전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1조원대의 액수를 원했으나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의 가격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롯데손보의 적정 가격을 약 1조 중반대로 평가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6월 JP모건 주관으로 롯데손보의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외국계 투자자 1~2곳만 참여하며 흥행몰이에 실패하자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대상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상시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MG손해보험은 지난달 4차 매각 시도에서 예비입찰에 기존에 참여했던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외에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장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본입찰에서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결국 불발됐다.

이에 MG손보 매각을 대행하는 예금보험공사는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수의계약은 경매나 입찰 등의 경쟁계약이 아니라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계약을 맺는 것을 뜻한다.

관건은 몸값으로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비 인수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손해보험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나 인수 후 추가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MG손보의 매각에는 낮은 재무건전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G손보의 1분기 킥스(K-ICS)비율은 52.12%로 업계 최하위다. 킥스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일시에 청구했을 때 지급 가능 여부를 따지는 수치다. 현재 보험업법에서는 킥스 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MG손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1조원 가량의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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