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위기' 인텔, 사업 구조조정 불가피
삼성전자, 미 정부 보조금 혜택 받을 수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재무적 위기에 처한 인텔이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매각을 진행할 시 삼성전자와 TSMC 간 2파전 경쟁이 공고해질 전망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사진=삼성전자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고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 분할과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 옵션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규 투자 프로젝트 중단과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매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이번 조치는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데다, TSMC와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진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시장 1·2위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사령탑에 앉아 진두지휘하며, 2030년 파운드리 2위 달성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 2분기 28억 달러 영업손실을 빚었다. 이는 전년 19억 달러 대비 47% 더 늘어난 금액이다. 여기에 3분기에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창립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을 손질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욱 많은 영업손실이 예고된 상황이다. 

인텔의 위기는 인공지능(AI)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과거 CPU 시장을 장악했던 것과 달리 스마트폰용 반도체(AP) 시장은 애플이나 퀄컴, 삼성전자에게 내줬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철수가 국내 반도체 기업엔 일정 부분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만 TSMC가 독주하는 시장에서 반도체를 위탁할 수 있는 대안 기업으로서 앞으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텔이 공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를 줄이게 되면 미국 반도체법 관련 보조금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다른 기업인 삼성전자나 TSMC로 이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시에도 연내 가동을 목표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정부는 인텔의 반도체 공장에  85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의 보조금과 110억 달러(약 14조7000억 원)의 대출 등 자금 투자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인텔이 기존에 발표한 1000억 달러 이상 소요되는 반도체 설비 투자 계획에 들이는 비용 중 일부 금액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완전히 매각하더라도 미국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 동맹국이나 다른 기업과의 인수, 합병(M&A) 논의가 나온다면 삼성전자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부문에서 188억47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61.7%,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매출 33억5700만 달러(점유율 11%)로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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