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한 달간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에 대한 투심 약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주의 상승세를 이끌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이들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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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한 달간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조8682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월간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1조3307억원을 판 뒤 3개월만에 처음이다. 순매도 규모로도 지난해 10월(2조9442억원)이후 10개월만에 최대치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국내 주식에 대한 강한 매수세를 보여 왔다. 올 상반기 동안 국내에서 22조9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AI 수요 둔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친 ‘8월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한 달 동안 삼성전자만 2조8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도 9003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기관도 삼성전자를 1조3782억원, SK하이닉스를 305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 전체로는 328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떠안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3조2343억원, SK하이닉스를 1조1801억원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홀로 받아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11.44%, SK하이닉스는 10.74%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한 이유로는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가 꼽힌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실망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자, 그동안 엔비디아의 수혜주로 여겨졌던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새로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블랙웰’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은 것도 투자 심리 악화의 이유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4분기부터 블랙웰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히며 분기 매출액 규모가 수십억달러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블랙웰이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 다시 국내 증시에 돌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세는 곧 진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AI 산업과 반도체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아직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부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래픽처리장치(GPU) 2개와 HBM 192기가바이트(GB)를 탑재하는 B100 대부분과 B200이 지나친 전력 과소비 지적에 따라 출시가 취소됐다”면서 “그 대신 GPU 1개와 HBM 144GB를 탑재하는 B200A로 변경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2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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