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수법·도주 등 가중적 양형인자…국민 법감정도 무시못해

   
▲ 성시완 범죄심리학자·범죄학 박사
패터슨은 미국 갱단 조직원. 미군범죄수사단(CID) 보고서는 그를 이렇게 규정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주한 미군 군속 아들 아더 존 패터슨과 재미교포 에드워드 건 리였다. 1997년 사건 당시 이들의 나이는 18세. 당시 검찰은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내리고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패터슨은 증거인멸 및 흉기소지 혐의 등만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리는 1998년 4월 24일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면서 같은 해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패터슨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뒤 1년을 복역하고 형 집행정지로 나왔고, 검찰이 출국금지 연장 조치를 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다.

패터슨이 도주 16년만에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혐의사실은 이렇다. 1997년 4월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목과 가슴에 흉기로 9차례 찔린 대학생 조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조씨는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던 중 화장실을 들르기 위해 근처 햄버거 가게를 들어갔다. 조씨는 왼쪽 목 부위 네 차례, 오른쪽 목 부위 세 차례, 가슴 부위 두 차례 흉기에 찔렸다. 면식범도 아니었으며 특별한 살해 이유도 없었다. 패터슨이 받아야 할 형량은?

그 사이 대한민국 대법원은 살인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에게 사형선고가 가능할까?.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미국인 패터슨이 16년만에 송환되고 있다. /사진=YTN방송화면캡처
먼저, 다섯 가지 유형의 살인범죄가 있다. ‘참작동기 살인’, ‘보통동기 살인’, ‘비난동기 살인’, ‘중대범죄 결합 살인’,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순서대로 형량은 점점 높아진다. ‘비난동기 살인’은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무작위) 살인 또는 살해욕의 발로·충족으로서 1인을 살해한 경우'를 말한다. 패터슨의 혐의는 최소한 ‘비난동기 살인’ 이상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살해욕의 발로․충족에 기한 살인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려해야 할 것은 양형인자. 양형인자에는 감경적 양형인자와 가중적 양형인자가 있다. 패터슨에게 감경인자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가중적 양형인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잔혹한 범행수법이 하나의 가중인자. 그리고 패터슨은 죄를 에드워드 리에게 미루고 도주하는 등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바가 없다.

이것이 두 번째 가중인자. 이와 같이 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 대법원 양형기준은 권고형량범위를 '18년 이상, 무기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유기징역은 최장 50년까지 가능하다. 미국 시민권자인 패터슨에게 과연 사형 선고가 가능할까? 국민 법감정과 법관으로서의 양심. 그리고 미국인. 지켜볼 일이다. /성시완 범죄심리학자·범죄학 박사·죄와벌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