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 기술 역량 강화…"수소 사회 조기 전환 매진"
수입차업계도 수소차 시장 진입 본격화…BMW·토요타 협업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포비아(공포증)까지 겹치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미래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3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7년 만에 신형 넥쏘를 출시할 계획이며, 토요타와 BMW는 수소차 공동 개발에 나선다. 자동차·에너지 시장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자동차 업체들 간의 협력 및 경쟁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2022년 이후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그 흐름이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무서운 성장세로 몸집을 불린 전기차에 밀려 수소차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수소차 판매량은 2020년 9483대를 기록한 후 2022년 2만704대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1% 줄어든 1만6413대에 그쳤다. 

올해 1~6월 판매량도 5621대로 전년 동기(8524대) 대비 34.1% 감소했다. 제조사별로는 현대차가 넥쏘와 일렉시티 등을 1836대 팔아 점유율 1위(32.7%)를 차지했지만 판매량은 42.6%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 넥쏘 판매가 줄어든 것이 현대차의 급격한 판매량 감소의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2위인 토요타는 44.9% 줄어든 1284대의 판매해 2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연료 전지를 동력으로 달리는 차다.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대기오염 우려가 낮아 전기차 다음의 미래 친환경차로 꼽힌다.

   
▲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올해 초 열린 CES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공개하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Grid 솔루션을 발표한 이후 수소 관련 실증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에너지 사업자로의 역할을 강화해 수소 사회로의 조기 전환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는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을 통해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에 준비된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5월에는 7년 만에 국내 유일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의 신형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신형 넥쏘는 2.5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현행 2세대 시스템을 탑재한 넥쏘(609㎞)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다음 넥쏘가 나오는 게 내년 5월이지만 사실은 이제 퓨얼셀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한다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면서 "얼마만큼 수소 연료전지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가져가느냐. 차뿐만 아니라 지게차, 산업용 전지, 산업용 발전기 이런 부분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부분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사장은 "(수소차가) 언제 실현되냐는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동화, 배터리와 달리 수소는 광물자원에서 벗어난 독립 자원이라 생각한다. 30년 전 배터리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가가 안 맞고, 충전을 어디서 하냐고 했지만 지금은 대세가 됐다. 우리가 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2025 Honda CR-V eFCEV./사진=혼다 글로벌 뉴스룸

해외 완성차 기업들도 수소차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 독일 BMW는 수소연료전지차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토요타는 BMW에 수소연료전기와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수년 내 FCV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BMW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모델 X5를 기반으로 한 수소차 모델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 중이다.

수소차 생산을 중단했던 일본 혼다도 3년 만에 대표 SUV 모델 CR-V의 수소차 버전인 'CR-V e:FCEV'를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출시했다. 향후 미국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량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처럼 수소연료전지로 달리지만, 전기 배터리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그간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차 가격이 비싼 데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모빌리티 전략에서 다소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수소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계획과는 달리 수소차의 보급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인프라가 구축됐고, 기업들도 다양한 신차를 내놓으며 선택지를 넓혔다"면서 "다만 수소차의 경우 선택지도 다양하지 못하고, 충전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