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유통구조·스마트팜 등 6대 과제 중점 추진
“식량은 곧 무기, 양질의 무기로 ‘식품 영토’ 늘릴 것”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의 수출 올인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 농촌 인구 소멸과 고령화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홍문표 신임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홍문표 신임 사장이 3일 세종시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농어민이 잘 사는 선진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견을 밝히고 있다./사진=aT


홍 사장은 3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임 소견과 함께 공사 중점 추진 방향을 전하는 자리에서 “현재 농촌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대부분 나이는 많으시고 몸은 병들어 있는 분들이다. 우리 먹거리를 생산하는 주체가 이들이라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홍 사장은 네덜란드·덴마크·스위스 등의 국가를 빗대며 “이들의 공통점은 농촌이 부유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예산이 뒷받침돼, 농어민이 잘 사는 선진 복지국가로 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정부 예산 지원의 부족을 지적했다. 

이날 홍 사장은 앞으로 공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기후변화 △친환경 저탄소 농어업 전환 △유통구조 개선 △안정적 수급조절을 위한 비축기지 구축 △식량자급률 향상 △스마트팜 활성화 등 6대 중점 추진방향을 꼽았다. 

첫째 기후변화와 관련해 홍 사장은 “기후변화는 농어업민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가 귀를 막고 있다”며 “농어촌, 농어민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 사업 확충과 재해보험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친환경·저탄소 전환에 대해서는 “이제 친환경이 아니면, 수요자나 공급자가 마음 놓고 소비하고 생산할 수 없는 시대다. 먹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단계에서 이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농어업 전과정에 정책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왼쪽)과 aT 홍문표 사장이 지난 8월 29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상황판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농식품부


또한 홍 사장은 현재 5~6단계에 걸쳐진 유통구조를 2~3단계로 대폭 개혁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단순화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되는 구조로 개선해 나간다는 것. 홍 사장은권역별(지역별) 직거래 공판장 개설과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예로 들면서, 온오프라인 직거래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산지 농산물의 유통 비효율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사가 이전부터 추진해 온 저온유통체계 구축을 위한 권역별 CA창고, 산지 비축기지 건설 등 첨단 저장창고 확충을 통해 농산물 장기 보관 체계를 마련하고 안정적 수급 조절 시스템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홍 사장은 ‘식량은 무기다’라는 비유를 통해 식량자급률 및 식량안보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쌀만 98% 생산하고 있는데, 나머지 콩·밀 등은 19.2%밖에 안된다. 이미 세계는 밀, 콩, 옥수수, 보리 등 5곡을 식량개념으로 삼고 있다. 기후변화, 지진, 전쟁 등 식량 무기화 조짐에 대응해 쌀 중심 식량작물 생산체계를 다양화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생산하는 농어민의 소득을 증진시키는 것이 공사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홍 사장은 “겨울에도 수박, 오이가 생산되는 사계절 스마트팜을 해야 한다. 자본이 많이 들어가지만 국가가 중장기 계획을 세워 5년만 투자하면 80%는 스마트팜을 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함께 삼위일체가 돼 스마트팜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사계절 농업을 가능하게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 홍문표 사장이 2일 나주 본사에서 취임 후 첫 직원 조회를 통해 현장을 강조하고 있다./사진=aT


아울러 홍 사장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어촌과 농어민이 잘사는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이 된다’라는 신념으로 4선 의정활동 동안 농해수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농어업, 축산, 식품 발전에 앞장서 왔다”며 “이제 52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aT 사장으로 부임한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앞서 말씀드린 6가지 사안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aT 제20대 사장으로 부임한 홍문표 사장은 17‧19‧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교육위원회 위원장 ▲태안유류피해특별위원회 대책위원장 ▲물관리한국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특히 4선 동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농수산식품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