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이후 북한의 실상을 진단하기 위해 열린 포럼에서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국장은 3일 통일부가 개최한 ‘2024 국제한반도포럼’에서 ‘통일 준비를 위한 북한 실상 이해’ 주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기든 지든 앞으로 북한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러 밀착 결과 가장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종료시킨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전쟁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을 처지이다. 그런 만큼 유엔 제재를 더 이상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강화된 2017년과 2018년을 거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북한경제가 둔화됐으나 현재 북한 경제는 3.1% 성장했다.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과도 교역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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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가 주최한 2024 국제한반도포럼이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2024.9.3./사진=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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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가발 완제품”이라면서 “만약 중국이 생각을 바꾼다면 또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이라서 견고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북한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스탠가론 국장은 “북러 간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결제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전과 달리 러시아는 지금 북한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협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김정은정권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벌였다. 지방에도 공장을 지어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한국과 미국 등 서방은 새로운 전문가패널을 만들어서 대북제재를 지속할 것이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정권 지도부가 전쟁을 이용해 중국·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고 이 때문에 외교적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는 상황인 가운데, 김정은정권의 대외관계가 쇠퇴하고 있고, 북한 주민은 물론 간부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는 북한 엘리트 출신 탈북민의 증언도 나왔다.
작년 11월 남한에 입국한 리일규 전 주쿠바 북한대사관 참사는 이날 국제한반도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그동안 북한의 외교 수준은 김씨 일가 3대를 거치면서 거의 몰락했다”면서 “이유는 3대 세습 때문이다. 3대세습을 하기 위해 북한정권은 사회주의의 길을 버리고 전체주의의 길로 갔다. 이 때문에 외교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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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가 주최한 2024 국제한반도포럼이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2024.9.3./사진=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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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일성의 대외 원칙은 ‘자주·평화·친선’으로 ‘세계의 모든 나라와 관계를 발전시킨다’였지만 김정일은 ‘자주·평화·친선’ 원칙 아래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와 관계를 발전시킨다’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김정은은 집권 초기엔 김정일의 원칙을 따르다가 이후 ‘사회주의 나라와 우선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국 패권주의에 반기를 든 나라와 연대를 강화한다’고 바뀌었다”며 “사회주의 국가라야 북한을 빼고 4개 국가이고, 미국에 반기를 든 나라는 11개 정도이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얼마나 고립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리 전 참사는 “북한에서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면서 “사실 북한에서 뇌물이 성행하는 것은 간부들의 생계유지 수단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정권이 이를 단속하니까 간부들의 충성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그는 “김정은정권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3대 악법을 제정해서 주민들의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청년세대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이제 북한주민들은 정권이 내 자식까지 못살게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발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북한 내부가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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