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 여야 모두 “최우선 검토해야” 주장
총장 후보자, 취임 시 정확히 살펴보겠다며 재수사 가능성 열어둬
노태우 일가 ‘수백억대 기부금 및 맡긴 돈’ 정황 곳곳서 발견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무단 축재한 비자금에 대한 재수사 및 은닉 비자금 환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야가 모두 이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약 30년 만에 ‘노태우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3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노태우 은닉 비자금’ 환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수백억 원대 자금을 보관,·운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은닉 비자금 환수와 과세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돼 있던 것으로 검찰은 추징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과 최 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김옥숙 메모’를 인정해 300억 원이 SK 성장에 사용됐다며 1조3808억 원 상당의 재산분할을 올 5월 선고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은닉에) 성공한 비자금은 법적 개념으로 보자면 소급 적용을 하냐 마냐의 문제가 있지만 정의를 세우는 문제와도 충돌한다”며 “불법 비자금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유입된 김옥숙 여사 명의의 147억 원이 ‘상속세도 내지 않은 비자금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조세범 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하고, 범죄수익은닉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며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5·6공화국 비자금에 대한 재수사와 환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2018년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합동조사단을 꾸리고, 2020년에는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탈세 혐의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 누구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확한 법의 잣대를 대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두 의원의 질의에 “아직 해당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총장에 취임하게 되면 정확히 살펴보겠다”며 재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두 의원의 질의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여전히 은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데 여야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해외 조세 피난처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해외 고가 부동산을 매입·보유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이에 여야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을 넘어 역외탈세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 회장과 벌인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맡긴 300억 원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맡긴 돈 선경 300억’이라 남긴 메모를 제시했다. 

해당 메모에는 1995년 비자금 사건 수사 당시 확인되지 않은 자금 904억 원을 김 여사가 주변 인물과 자택 등에 은닉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 노 전 대통령도 1995년 수사 당시 비자금 조성 규모를 4000억 원 이상으로 진술했으나 실제 대법원에서 추징된 건 기업의 뇌물로 인정된 2628억 원뿐이었다. 결국 차액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부로 축적돼 대물림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노 변호사가 해외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김옥숙 여사는 평생 경제활동이 없었음에도 아들의 재단에 자신의 명의로 147억 원을 기부하는 등 ‘준재벌’급의 생활을 이어왔다.

국회 법사위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지난 1일 '고(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가 사망해 공소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추징하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옥숙 메모’를 거론하며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으로 불법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세청에서 단호히 환수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 당시 후보자(현 국세청장)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탈세조사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 27일 국세청에 ‘탈세 제보서’를 제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축재한 불법 정치자금이 여전히 제대로 된 과세 없이 대물림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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