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저전력 제품 시장 수요 급증
eSSD, HDD보다 발열·전력소모 낮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용량·저전력 메모리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범용 D램과 소비자용 SSD 수요는 완만해지고 있는 반면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메모리 수요는 급증세에 있다. 

   
▲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용량 기업용 SSD(eSSD)가 필요하다고 보고 64TB(테라바이트)의 네 배 수준인 256TB eSSD를 개발 중이다.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eSSD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장치를 뜻한다. 

eSSD는 기존 HDD 대비 부피, 속도, 용량 등에서 뛰어나다. 발열과 전력 소모가 적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HDD 대신 eSSD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도 호황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eSDD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점유율 45%로 1위를 점하고 있다. 2위는 32%를 기록한 SK하이닉스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AI 시대 메모리가 직면한 세 가지 과제는 전력 소비 급증, 메모리 성능 한계, 부족한 저장 용량이다"며 "고성능, 저전력 제품과 온디바이스 AI 전용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메모리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전력 소모를 줄인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D램에 연산 기능을 더한 LPDDR5X-PIM'도 출시할 예정이다. AI 시대 속 수요가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선제적 대비에 나섰다. 

또 LPDDR5X 대비 성능은 133% 증가하고, 전력 소모는 52% 줄인 제품인 LPW(LPDDR Wide-IO)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RDIMM(D램 모듈) 대비 2배의 대역폭을 제공해 초당 12.8기가비트의 속도를 내는 MCRDIMM 고용량 모듈을 올해 말 선보일 계획이다. 

   
▲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담당(사장)이 4일 대만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행사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AI 메모리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를 주제로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도 기술 고도화에 주력 중이다. 이 회사는 내년 초 128TB, 이후 256TB 고용량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LPDDR6, LPCAMM(LPDDR모듈), 512GB(기가바이트) 고용량 DIMM(D램모듈) 등을 준비 중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초당 9.6기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LPDDR5T 개발한 바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은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대역폭 향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액침 냉각 등 AI 시대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연합팀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기업이 AI 메모리에 주력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다. AI 고도화에 따라 저장 데이터가 막대하게 늘어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도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고용량이면서 전력 효율은 높은 메모리를 원한다. 

반대로 모바일이나 PC에 쓰이는 소비자용 SSD 수요는 둔화 추세다. 이에 수요가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중심 판매 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거품론이 나오지만 이미 일상 곳곳에 AI가 스며들었으며, AI 메모리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며 "각 기업에선 AI 메모리 기술에 맞는 기술 개발을 지속해서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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