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하면서 "2026년도 의대증원 구애없이 논의 밝혀"
휴학·휴직·사직 불사하며 정부와 싸워온 의대생·전공의들 마음 돌리기 역부족
의료계, 2025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백지화해야 협상 가능하다는 입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8개월째 누적된, 현재의 응급실 의료대란을 일으킨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대증원) 강행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보건복지부 또한 이날 열린 비상진료대응 브리핑에서 "2026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제와 형식에 구애없이 논의가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도 2026년도 의대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장 큰 관건은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에 휴학·휴직·사직을 불사하며 싸워온 의대생·전공의들이다.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듣지 않고 의대증원을 강행하면서 이미 올해 8개월 간의 공백이 뼈아픈 실정이다.

당정은 2026년도 의대증원 규모를 조정하자고 협상 허들을 한발 낮췄지만, 의료계는 이것 갖고는 의대생·전공의들이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도 의대증원 조정으로는 의료대란 사태가 바뀌지 않을리라는 전망이다.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게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20일 오전,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2024.2.20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의 의대증원 결과물인 2025년도 의대 입학정원에 대한 원점 재검토, 의대증원 백지화 외에는 의대생·전공의들의 몸을 움직이기 힘들 것이라는 중론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의대생들의 의견이 가장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2025년도 원점 재검토 외에는 의대생·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6일 입장문을 통해 "2025년 입학정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힘과 정부가 진정 현재의 의료대란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이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며 "정부가 기준 없이 2025학년도 정원을 늘렸으니, 정부에서 그 해결책을 갖고 와야 우리도 얘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앞서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에서 2025년도 의대증원 백지화를 의미하는 '원점 재검토'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야당 또한 2025년도 의대증원까지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6일 기자회견에서 "26년 정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고,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급박한 응급의료체계에 대해서는 협의체에서 빨리 해법을 마련하되,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국민까지 포함한 숙의기구를 통해서 해법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특위는 이와 함께 △의료대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2차관 경질 등에 대한 정부·여당의 전향적 입장 표명까지 촉구했다.

원래 대통령실은 당초 못을 박았던 2026년도 의대증원을 놓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며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린 상황이다. 의대생·전공의들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촉박한 시간과 의사 숫자다. 응급실 의료대란은 물론이고 의대증원을 통해 더 배출하려 했던 의사 숫자 이상으로 의대생·전공의들의 공백을 메꿀 수 없게 됐다.

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