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 내에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범용재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스페셜티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스페셜티 비중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과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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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공장 전경./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중국 공급 과잉에 상반기 실적 부진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올해 들어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11억 원에 그쳤으며,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영업손실 2464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 361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829억 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이처럼 석유화학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로는 중국의 공급 과잉이 꼽힌다. 그동안 중국은 석유화학업체들의 최대 수출국이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중국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석유화학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현재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은 100%에 육박했으며, 중국 현지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 상태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출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을 통해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자국에서 소비하지 못하는 석유화학제품을 저가로 판매하게 된다면 국내 업체들 역시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등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중국에서 해외로 저가 물량을 쏟아낼 경우 국내 업체들의 수출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티 덕 본 금호·효성…스페셜티 강화 움직임 지속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 부진 돌파구로 스페셜티 제품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자급률 확대가 범용재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스페셜티 제품 덕분에 업황 부진 속에서도 선방했다.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는데 스페셜티 제품으로 꼽히는 합성고무가 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전기차용 고기능성 타이어 합성고무인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 등 차세대 고기능성 합성고무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술력을 앞세워 합성고무의 수출 비중도 80%에 달했다.
효성첨단소재도 스페셜티 덕분에 웃었다. 효성첨단소재는 2분기 65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35.4% 늘어났다. 효성첨단소재의 스페셜티 제품은 탄소섬유로 수요를 늘려가면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철강재의 4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 높다. 이에 고압용기, 자동차, 풍력, 항공우주, 스포츠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연구개발과 함께 생산능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차세대 성장 동력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범용재 비중을 낮추고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높인다.
LG화학은 고부가 합성수지(ABS),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이소프로필알코올(C3-IPA), 생분해플라스틱(PBAT) 등을 통해 스페셜티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들 제품 생산능력은 올해 들어 증대됐는데 앞으로도 투자를 통해 비중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롯데케미칼도 현재 절반이 넘는 범용재 제품 비중을 줄이고, 2030년까지 스페셜티 사업을 전체 매출의 6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스페셜티 사업을 선점하는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스페셜티 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특화된 기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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