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완성차·부품 공장 1곳씩 폐쇄 검토…구조조정 계획 '철회'
현대차엔 단기 호재·중장기적으로는 위협…"선제적 대응책 마련해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등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저가 공사에 세계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세계 3위 업체인 현대차그룹에 단기적으로는 호재라는 관측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국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 운영 중인 10개의 공장 중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최소 1곳씩 폐쇄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자동차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폭스바겐은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하고, 공장 폐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자국 공장폐쇄와 함께 정리해고 계획도 밝혔지만 블루메 CEO는 8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빌트암존탁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폭스바겐에서 일했던 직원도 있다"며 "나는 그들의 손자도 여전히 이곳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란다"며 정리해고 계획 철회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현재 비용 절감 방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추가 긴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BYD 실(Seal)/사진=BYD


독일 정부는 지난해 연말 폐지한 전기차 보조금을 일부 되살리는 등 폭스바겐 구하기에 나섰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기업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독일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예산안 위헌 결정으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지자 연말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폭스바겐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 부진에 따라 수익도 악화하고 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합계 점유율은 33%로 2년 전(53%) 대비 큰 폭(20% 포인트)으로 떨어졌다.

토요타의 중국 합작사가 지난 분기 기록한 수익은 1년 전 대비 73% 급감했고,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합작사도 올해 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10월 중국 합작사의 생산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으며, 일본 혼다는 10월 광저우 공장을 폐쇄, 우한공장도 11월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갈 계획을 밝히는 등 자동차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60% 넘게 급증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02만 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중국발 공세에 세계 2위가 휘청이면서 세계 3위인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판매비중이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중국 전기차 성장세가 무서운 만큼 폭스바겐과 같은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2위가 휘청이면서 3위인 현대차그룹이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현재 상황을 마냥 남 일으로 볼 수 없다"면서 "중국산 저가 공세의 다음 피해 기업이 우리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야디 '실'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증을 통과했고, 한국 진출 타이밍을 보고 있다"며 "기업들은 원가 절감, 품질 향상 등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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