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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도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
스마트농업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모른다고 하거나, 알고는 있어도 어떻게 하는 건지 본 적 없다고 하실 것 같다. 이러한 대답은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찌 보면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농업, 특히 노지 스마트농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스마트농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기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얻어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작업의 의사결정을 하고 기계작업의 자동화를 이루는 농업'. 하지만, 이 설명 역시 여전히 모호하고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스마트농업은 밀, 콩, 목화와 같은 작물을 대규모 면적에서 효과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발전하였다. 워낙 넓은 면적을 재배하니까 물을 주는 것도, 비료를 뿌리는 것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지 않으면 경영상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센서를 설치하여 현장을 파악하고, 영상으로 비료가 부족한 부분만 찾아내는 등의 시간과 농자재 투입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지금의 노지 스마트농업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1인당 경지면적이 넓지 않은 우리는 몇 발만 걸어가면 둘러 볼 수 있는 논, 밭에 굳이 수분 센서를 설치하거나 정밀한 부분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의 스마트농업은 벼, 콩 같은 노지작물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시설 원예작물이나 축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도 농업을 둘러싼 생산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일단 농사를 지을 사람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기존의 정보와 지식으로는 극복이 곤란한 환경변화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가 후손과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발생을 줄여야 하는데, 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밀한 물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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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정부 기관에서는 노지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를 곳곳에 구축하여 스마트농업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스마트농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를 찾은 관람객이 도넛 모형 스마트팜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지 스마트 기술은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율주행트랙터는 사람의 힘을 최소화하여 흙갈이와 씨뿌림작업이 가능하고, 땅을 뒤집지 않고 배수관을 묻는 무굴착 땅속배수기술은 농경지의 습해와 침수에 대응할 수 있다.
자동물꼬 관리시스템은 온실가스 저감과 작물 생육에 적합한 정밀한 논물 대기를 가능하게 도와준다. 농사짓기 점점 힘들어지는 극한 환경에서 이러한 스마트한 기술들은 미래 농업을 열어주는 돌파구가 돼줄 것이다.
노지 스마트농업에 관심은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테스트베드란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기 전에 여러 기술을 통합적으로 검증하는 시험장소를 말한다.
요즘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정부 기관에서는 노지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를 곳곳에 구축하여 스마트농업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스마트농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머지않은 시대에 논밭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과 잡초를 관리하는 로봇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올 그날, 외국 로고가 박힌 기기들만 다니는 게 아니라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기기와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곽도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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