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 간 공동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혁신 주기가 빠른 반도체 산업 특성 상 협력 가능한 분야에선 손을 맞잡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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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 사옥./사진=미디어펜 |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위해 TSMC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미로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다른 파운드리 기업과 협업해 20개가 넘는 맞춤형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어 TSMC 관계자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HBM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혀 두 기업 간 협력 사실이 공개됐다.
삼성전자와 TSMC 간의 HBM 공동 개발을 두고 업계에선 의외라는 평가다. 그도 그럴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두 기업은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가 61.7%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1.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은 삼성전자가 처음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더 앞서 HBM4 개발을 위해 TSMC와 손을 잡은 바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TSMC, 엔비디아와 삼각 동맹을 맺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인프라 담당(사장)은 이번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도 "베이스다이에 로직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HBM4는 TSMC와 협업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도 삼성 파운드리에 최신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인텔은 재무적 위기에 따라 파운드리 부문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신뢰할만한 외부 기업에 생산을 맡길 것이란 관측이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각 제품을 공동개발 하는 이유는 AI 고도화로 호황기에 접어든 시장 수요를 발빠르게 잡아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장 수요가 이미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특히 AI칩 생산에 필수적인 HBM은 더 그런 상황이다.
수요 확대 흐름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산업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은 1990년대 PC용 메모리 수요 확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산업 경쟁력이 뒤쳐지게 됐다.
또 제품 개발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공동개발을 통해 시간을 대폭 축소시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HBM 1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제품 생산 계약을 고객사와 마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과 기술력 개발에는 시간과 비용이 대거 투입되는데, 공동 협력을 통해 해당 시간을 단축할 수 있따"며 "앞으로도 시장 입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한해선 협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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