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황정민(54)은 서도철 그 자체였다. '부당거래' 최철기, '신세계' 정청, '곡성' 일광, '공작' 흑금성,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인남이 그랬듯 황정민은 매번 인물 그 자체가 된다. 영화라는 가상의 프레임을 잊게 하는 열연이 매 순간 놀랍도록 눈부시다. 캐릭터와 한 몸이 되는 건 곧 배우의 힘일 테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님과 친하니까 했던 얘기가 '우리끼리 정말 재밌게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봅시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영화가 뭘까요?' 해서 만든 게 '베테랑'이었어요. 낄낄대면서 만들었고… 그때 느꼈던 에너지를 지금까지 고스란히 잘 간직하고 있으니까. 2편도 정말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 영화 '베테랑2'의 배우 황정민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황정민은 거칠지만 열정적인 강력범죄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열연을 펼쳤다.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베테랑'은 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류승완 감독의 말만큼, 서도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황정민의 애정도 남달랐다.

"남자가 봤을 때 되게 매력 있는 사람이에요. 츤데레 성향이 분명히 있어요. 말은 '걸걸걸' 하지만 속정 깊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갖고 있고. 내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든든할 것 같은 사람. 무조건 믿고 따를 것 같은 사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어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요. 좋은 선배가 되고 싶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데. 그런 사람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아버지로서 서도철의 면면이 부각되며 더욱 입체적인 서사가 만들어졌다. 황정민은 "1편 때 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때 극 중 아이도 초3이었다. 2편에서는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나오는데, 촬영 때 아들이 고2였다. 제 삶이 많이 투영돼서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네 아버지의 이야기일 수도 있잖아요. 아버지라고 하면 친하지 않잖아요. 나이 먹다 보니 '왜 안 친했지?'라는 생각이 있지만. 어릴 땐 그냥 무서운 존재였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마찬가지로 1차원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것보단 아들에게 '내가 생각이 짧았다'라며 잘못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첫 시작이니까. 저도 사과할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네요."


   
▲ 영화 '베테랑2'의 배우 황정민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2023년 화제작인 '서울의 봄'에서 각각 전두광 역과 오진호 소령 역을 맡으며 비록 한 장면에 담기진 못했지만,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황정민과 정해인은 '베테랑2'에서 선후배 형사 역할로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불어넣는다.

"어쨌든 (정)해인이가 나오면 모든 관객들이 무장해제되니까. 그건 '서울의 봄'에서도 느꼈잖아요. 그 친구가 가진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 매력이 '베테랑2'에서도 충분히 발산된 것 같고. 또다른 연기를 하다 보니 상충돼서 더 좋은 에너지가 된 것 같아요."

서도철(황정민)과 박선우(정해인)는 강력범죄수사대 형사와 경찰 신분으로 같은 사건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를 단번에 진압하는 박선우를 서도철이 눈여겨보게 되고, 강력범죄수사대팀에 막내 형사로 새롭게 합류하며 멤버에 변화가 생긴다. 

"해인이가 가지고 있는, 해바라기 같은, 아리따운 얼굴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아, 해바라기보다 국화 같다. 아주 뽀송뽀송하고, '엄친아'. 우리끼리는 '엄한 집의 아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웃음) 그런 얼굴이 제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 해인이가 연기를 잘해줬고."


   
▲ 영화 '베테랑2'의 배우 황정민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는 기존 액션범죄 장르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를 지향한다. 사건사고의 홍수 속에서 세상을 불신하는 시민들과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 그리고 그릇된 가치관으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까지 등장을 예고해 류승완 감독의 더욱 깊어진 연출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류승완 감독도, 황정민도 최초로 맞는 속편 영화다. 황정민은 "'리셀웨폰' 시리즈처럼 했으면 좋겠다. 4편 마지막을 보면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 스태프들, 감독님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너무 근사했다"며 '베테랑'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저렇게 되면 좋겠다… 배우가 시리즈물을 갖는다는 건, 특히 영화로. 정말 필모그래피에서 있을까 말까 한 일이거든요. 전작이 잘돼야만 속편을 찍을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제겐 진짜 영광이구요. 어렸을 때 '에이리언', '다이하드' 시리즈를 보며 자랐던 사람이고. '나도 시리즈물을 해봤으면 좋겠다' 생각했으니까. 이게 첫 시작이었는데 너무 영광이고 행복하네요."


   
▲ 영화 '베테랑2'의 배우 황정민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