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준호(32, 수원FC)는 중국 측의 징계가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국에서 '당했던' 여러 일들을 폭로하며 자신은 결코 승부조작에 가담한 일이 없다고 결백을 호소하면서 눈물까지 보였다. 하지만 팀 동료에게 돈을 받은 사실은 있고,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는 못했다.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준호가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부정하게 금품을 받았다며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손준호는 바로 다음날인 11일 수원시체육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호소했다. 장기간 구치소에 감금돼(손준호는 지난해 5월 상하이 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10개월동안 감금됐다가 올해 3월 풀려났다) 일찍 풀려나고 싶은 마음에 부정 금품수수를 거짓으로 자백했지만 승부조작은 인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백 과정에서는 중국공안의 협박과 판사의 형량거래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손준호가 자신의 주장처럼 승부조작에 전혀 가담한 사실이 없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부정 금품수수만 인정하면 석방돼 계속 선수로 뛸 수 있게 해주겠다는 회유에 거짓 자백까지 했는데, 인정한 적 없는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 수원FC 입단 당시 손준호. 중국 측으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제명 징계를 당한 손준호는 선수생활 중단 위기에 처했다. /사진=수원FC 공식 SNS


하지만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손준호 측이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중국 측의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손준호가 명확하게 해명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조선족 출신 산둥 타이산 동료 선수였던 진징다오(김경도)로부터 받은 20만 위안(약 3700만원)이다. 진징다오는 승부조작 가담 선수로 체포됐는데,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2023년 1월 산둥 타이산-상하이 상강) 며칠 후 진징다오가 손준호에게 20만 위안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

손준호는 이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진징다오와 친하게 지내면서 중국돈이 급히 필요할 때 빌리기도 하는 등 금전거래가 몇 차례 있었고, 진징다오의 축구교실에 거액을 지원하기도 했고, 진징다오 가족의 한국병원 예약을 돕기도 했다는 주변 상황을 얘기했다. 20만 위안이 중국에서 자신이 받던 보수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니어서 받은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중국은 징계를 내렸다. 손준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며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증거는 없다. 승부조작과 연루된 동료 선수로부터 돈은 받았지만 자신은 승부조작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받은 이유는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는 일단 중국 국내에서만 적용되지만 중국 측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징계 보고를 하기로 했다. FIFA가 징계를 확대 적용하면 손준호는 한국을 포함 어느 나라에서도 선수로 뛸 수 없다.

손준호 측은 법적 대응을 해서라도 승부조작 가담 사실이 없고 징계가 부당하다는 점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팀 수원FC가 손준호를 계속 경기에 내보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발표 후 손준호는 수원FC 훈련에서 배제됐으며 경기 출전 여부에 대해 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사다. 수원FC는 14일 전북 현대와 홈 경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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