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카스’를 보유한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주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전체 시장 점유율 상승효과를 볼지, 한 차례 일탈로 끝날 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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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소주 푸른 밤/사진=제주소주 제공 |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배경에 대해 “카스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제주소주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맥주 브랜드를 더 키우기 위해 새로운 수단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주류업계에서는 “국내 소주시장이 워낙 틈이 없으니 일단 수출로 간을 보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비맥주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은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소주는 2016년 이마트가 인수해 인수비용 포함 총 750억 원을 투입했지만, 누적 영업손실을 내다가 2021년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L&B로 넘어간 브랜드다.
전통 주류회사들이 수십 년 관계를 쌓아 장악한 유흥시장을 신규 후발주자가 파고들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신세계·이마트가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이긴 하지만, 주류 영업은 또 다른 영역이라는 얘기다.
오비맥주의 경우 이마트와 달리 국내 1위 맥주 ‘카스’로 다져온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 시너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소비자 입맛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등에 따르면 가정시장 외에 유흥 및 외식 시장까지 포함한 전체 맥주시장에서 카스의 시장 점유율은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스는 2012년부터 12년 연속 국내 맥주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국내 소비자는 한번 익숙해진 입맛을 쉽사리 바꾸지 않는 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과 ‘새로’가 전국구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다. 이외에 무학과 금복주 등 중소 지역소주들이 있다.
앞서 신세계L&B 역시 국내 ‘푸른밤’ 등의 상표를 내세운 제주소주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제주소주는 2022년부터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소주 수출을 확대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고도 국내 시장 공략보다 해외수출을 강조하는 데는 이 같은 과거의 사례가 영향을 미친 보인다. 해외시장 성공 후광을 등에 업고 국내 영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을 것이란 관측이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라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류회사 관계자는 “수백 억 원을 들여 인수하는 제주소주가 생각보다 흥행하지 않더라도 카스 점유율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오비맥주의 자신감 아니겠느냐”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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