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저녁 비공식 만찬에서 북한 핵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워싱턴 소식통들이 전했다.

특히 이번 만찬은 25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지도자가 주요 현안에 대한 막판 조율을 시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논의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시 주석을 백악관 블레어 하우스로 초청, 비공식 만찬에서 양국 지도자는 각기 핵심측근 3∼4명만을 대동한 채 쟁점 현안들을 놓고 심도깊게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오늘 만찬이 실무만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실질적인 정상회담'에 해당한다"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핵심 현안을 놓고 양국 지도자가 솔직하면서도 속깊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북한 발(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미·중 양국이 단합할 것을 제안할 것이라는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부보좌관의 말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인용 보도했다.

로즈 수석부보좌관은 지난 22일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전화회견에서 "중국이 최근 수년간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것을 점점 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방미 계기에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진전된 입장을 표명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한·미·일 공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고위급 사절단을 보낼 것으로 알려진 시 주석이 '북한'을 특정해 압박하는 모양새는 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25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개최될 공동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가 주목된다.

두 지도자는 이날 만찬에서 북한 핵문제 이외에 사이버 안보와 남중국해, 무역·투자불균형, 인권문제 등 양국간의 갈등 현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첨예한 갈등사안인 사이버 안보문제를 놓고는 양국이 불법 해킹행위를 방지하고 국제적 규범과 질서를 확립하는 데 노력하는 한편, '사이버 군축협정'을 논의해나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빈방문 사흘째인 시 주석은 24일 오후 첫 방문지인 시애틀에서 수도인 미국 워싱턴D.C.로 이동한다. 두 정상은 25일 오전 백악관에서 의장대의 공식 환영행사에 이어 정상회담을 갖고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