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수원FC가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의혹을 말끔하게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준호는 선수생활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수원FC 구단은 13일 최순호 단장 명의로 손준호와 계약 해지를 알리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순호 단장은 "9월 10일 발표된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선수 징계 발표와 관련하여 구단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이도록 도와야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 아래 지금까지 진중한 자세로 숙고하는 시간을 보냈다"면서 "한 시즌을 열심히 달려온 우리 선수단과 응원을 해주시는 팬분들께 경기 외적인 혼란을 더 이상 드릴 수 없다는 판단 중에 구단과 동료 선수 및 팬분들을 생각한 손준호 선수의 계약 해지 요청에 따라 구단도 이를 받아들여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 손준호가 8월 18일 울산 HD전에서 K리그 복귀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는 수원FC와 계약해지됐다. /사진=수원FC 공식 SNS


이후 최 단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야겠지만, 이미 논란이 된 상황에서 손준호가 팀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를 뛴다는 건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계약 해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아직 FIFA 차원에서의 징계 인용 결정이 나지 않았음에도 손준호와 이별한 이유를 전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며 모든 축구 활동을 평생 금지하는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통보받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이같은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각국 축구협회로 전달하면 손준호의 징계는 전 세계에서 효력이 발생해 어느 곳에서도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상하이 공항에서 귀국길에 중국 공안에 체포돼 승부조작과 관련해 약 10개월간 구금된 끝에 지난 3월 석방돼 귀국했다. 중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선수 복귀 준비를 한 손준호는 지난 6월 수원FC에 입단하며 K리그로 복귀했다. 

전북 현대에서 뛰던 2021년 K리그 MVP에 오르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손준호는 오랜 공백에도 빠르게 기량 회복을 했다. 수원FC의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지난 8월 18일 울산 HD전에서는 복귀 첫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원FC의 상승세에 손준호의 기여도가 적잖았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승부조작 혐의와 그로 인한 징계에 수원FC와 계약이 해지되며 선수생활을 중단했다. 손준호는 징계 발표 다음날인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까지 흘리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중국 공안과 판사의 협박과 회유로 거짓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팀 동료로부터 20만 위안(약 3700만원)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 측이 징계를 결정한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는 금품 수수를 해명 못한 손준호를 수원FC가 계속 떠안고 가기는 힘들었다. 

현재 K리그1 3위에 올라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는 수원FC는 손준호가 빠짐으로써 전력 약화뿐 아니라 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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